한남뉴타운 3구역이 뭐길래…대형 건설사 자존심 건 수주전

'사업비 7조' 사상 최대 재개발

3.3㎡당 7200만원·이주비 5억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
임대주택 제로·혁신설계 등
비현실적 조건으로 조합원 현혹
총사업비 7조원의 ‘한남뉴타운 3구역’ 공사를 따내려는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등의 수주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일대 전경.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내 최대 재개발 사업인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을 놓고 메이저 건설사들이 자존심을 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업비가 7조원에 달하는 데다 후속 구역(한남2·4·5구역)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어서다. 건설사들은 한강변 랜드마크 아파트 건설을 통한 브랜드 가치 상승 효과도 겨냥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파격적인 입찰 제안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특별점검’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용산민족공원 조성 등 개발 호재
한남동 686 일대 한남3구역(38만여㎡)은 뒤로는 남산, 앞으로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다. 197개 동, 총 5816가구(임대 876가구)의 아파트 단지와 상가를 짓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7조원에 달한다. 한남뉴타운 내 4개 구역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사업지 주변에 유엔빌리지,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최고급 주거단지가 형성돼 있다. 용산민족공원 조성,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등 주변 개발 호재도 풍부하다.

예정 공사비만 1조8880억원 수준이다. 국내 재개발 사업 사상 최대 규모다. 3.3㎡당 공사비도 595만원으로 기존 재개발 사업 중 가장 높다. 최근 시공사 선정에 나선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구로구 고척4구역 등의 공사비는 400만원대 초반에 책정됐다. 그만큼 고급스럽게 짓겠다는 의도다. 지난 18일 시공사 입찰제안서를 마감했고, 오는 12월 15일 시공사를 선정한다. 조합은 시공사 선정 후 내년부터 조합원 분양,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주 및 철거 순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일반분양까지는 최소 3~4년, 길게는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유례없는 공약 앞다퉈 제시

국내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인 데다 강북 최고 입지인 까닭에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메이저 3개 건설사가 자존심을 걸고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18일 시공사 입찰 마감 후 공개된 사업제안 내용엔 과열 경쟁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GS건설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일반분양 가격을 3.3㎡당 7200만원으로 보장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강남권 일반분양 가격을 3.3㎡당 5000만원 이하로 누르고 있다.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에는 100% 대물 인수하기로 했다. 반면 조합원 분양가격은 절반 수준인 3.3㎡당 3500만원 이하로 보장했다. 상가 조합원을 위해 상업시설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110%를 약속했고,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90% 보장, 조합원 전원 한강조망·테라스·펜트하우스 보장 등의 조건도 내걸었다.현대건설은 현대백화점과 손잡고 단지 내에 현대백화점 계열사 브랜드 상가를 입점시키겠다고 맞불을 놨다. 또 교육특화시설을 조성해 메가스터디, 종로엠스쿨 등 강남 대치동의 유명 학원들을 유치하겠다고 제안했다. 가구당 5억원의 최저 이주비를 보장하고, 추가 이주비도 지원한다고 공언했다.

대림산업은 이주비 100% 보장과 함께 임대아파트가 전혀 없는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건립이 의무화된 임대주택을 통째로 매입해 민간임대주택으로 일정 기간 활용한 뒤 분양전환(소유권 이전)하겠다는 안이다. 또한 특화설계로 한강조망권 가구 수를 조합 안인 1038가구에서 2566가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불법 논란 불가피수주전이 과열되자 국토부와 서울시는 건설사가 조합에 낸 입찰제안서에 불법 요소가 없는지 특별 점검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GS건설이 제시한 ‘일반분양가 3.3㎡당 7200만원 보장’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위반한 행위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보장처럼 조합원 분담금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재산상 이익을 약속한 행위로 도정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혁신설계안이나 ‘임대주택 제로’ 같은 내용도 건설사가 보장할 수 없는 제안이다. 당초 조합 설계안을 업그레이드한 혁신설계안은 서울시 심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또 인허가 변경 절차에만 1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혁신설계는 도정법에서 금한 ‘재산상 이익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나 시공사의 과장광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건설사 세 곳이 낸 입찰제안서를 확보하는 대로 위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행정지도나 시정명령 등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한남3구역 입찰공고를 보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등 입찰 기준을 어길 경우 입찰 자격이 박탈된다.

윤아영/양길성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