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시킨 거 아니에요"…`트로트` 인기 실체 추적기 [TMI특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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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특공대는 현장의 기자들이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며 쓸모있는 정보를 전해드리는 체험형 영상 취재기입니다.》
"미스터트롯, 한 번 나가시죠"잘못 들었나 싶었습니다. `송가인`열풍을 몰고 온 한 종편의 트로트 오디션에 나가라는 PD의 요구에 순간 멍해졌습니다. 노래 잘 부른다는 얘기는 살면서 들은 적이 없는데 경연까지 나가라니. `취재만 하고 경연은 나가지 않으면 안될까?`라고 조심스레 물었지만 이미 지원서를 출력하고 있는 열정에 소심한 반항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한편으론 궁금했습니다. 올 여름 미스트롯 콘서트는 전석매진을 기록했습니다. 얼마전 시작된 콘서트 시즌2도 공연랭킹 상위를 휩쓸고 있습니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국민MC 유재석도 트로트 앨범을 발매한다고 하니 열풍은 확실한가봅니다. 다만 미스트롯만 인기인지 `트로트`란 장르 자체가 남녀노소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건지 궁금해지더군요. 이왕 지원서 쓰는 김에 트로트 열풍을 몸소 체험해보기로 했습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교실도 트로트 바람
일상에서 `트로트`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을 고민하다 서울 영등포의 한 유명 노래교실을 찾았습니다. 가수 진미령의 `미운사랑`, 이애란의 `내 나이가 어때서`, `백세인생` 등 유명노래가 전국 노래교실에서부터 인기를 얻어 대중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월요일 아침인데도 200명 가량의 수강생들이 수업 시작 30분 전부터 도착해 노래 연습에 열중하는 모습입니다. 수강생들은 5~60대 여성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같은 연령대의 남성들도 몇 명 눈에 들어왔습니다.장복순(가명) 어르신은 노래교실 교재를 보며 `헤이맘보`를 열창했는데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매주 월요일 이른 아침부터 수원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일반가요 보단 트로트가 더 좋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따라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 음악수업처럼 노래 하나를 완창 가능하게 배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단순 이론이 아니라 재밌는 동작으로 어느 부분에서 포인트를 줘야 하는지 짚어주니 따라 부르기 쉽더군요. 수업을 진행하는 송광호 강사는 "최근 트로트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자기하고 맞지 않는다고 싫어했는데 요새는 어려워도 배우려 한다"고 트로트 인기를 전했습니다.● "사장님이 시킨 거 아니에요"…1994년생 유튜브 스타 탄생
그런데 어르신들 위주인 노래교실 특성상 트로트가 정말 인기가 많은지 와닿지 않았습니다. 트로트 전용 카페나 야외 버스킹 공연 같은 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찰나 유튜브 피드에 20대 여성이 유명 트로트곡 커버 영상을 올리는 걸 발견했습니다. `요요미..?` 제2의 홍진영을 표방한 건지 살펴보니 가수 혜은이의 `새벽비` 커버송은 조회수가 245만뷰를 넘겼더군요. 이거다 싶어 바로 인천에 위치한 소속사로 달려갔습니다.
사장님이 시킨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라며 발끈한 1994년생 요요미(실명 박연아). 가수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6살때부터 트로트를 시작했습니다. 미스트롯에서 통편집 되는 바람에 TV에선 직접적인 영향을 이끌어내진 못했지만 트로트 열풍 실체에 대해 그는 "삼촌팬과 아빠팬들이 주로 댓글로 달아주셨는데, 지금은 젊은 팬들도 굉장히 많아졌다"며 팬사인회를 열면 다양한 연령대의 구독자를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합니다. 요요미 채널은 올해 1월부터 커버곡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트로트 열풍에 힘입어 1년도 채 안돼 구독자가 15만명을 돌파했습니다. POP과 K-POP 커버도 함께 업로드 하지만 인기업로드에는 혜은이, 나훈아, 장윤정이 나란히 걸려있습니다.바로 옆에 앉아 노래를 들어보니 호흡이 트로트 맞춤형입니다. 트로트 잘하는 비법을 애원하니 신인이라 누군가를 가르치긴 부담스럽다면서도 1) 밝은 에너지를 내는 법 2) 호흡을 던져 꺾는 창법(영상으로 확인해주세요) 등을 전수해 줬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선배로서 창법보단 밝은 에너지로 승부를 보는 게 좋다는 조언입니다.● 인기 힘입어 `트로트학과` 신설…작곡가도 젊어진다
우리가 부르는 트로트는 20세기 초반 `빠르게 걷는다`는 의미의 미국의 사교음악 `폭스트로트`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입니다. 비록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왜색 논란도 있지만 대중가요로 자리잡은 건 사실이죠.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장윤정 열풍 이후 한동안 트로트의 맥이 끊겼던 게 사실입니다. 김연자 열풍을 일으킨 `아모르파티`의 이건우 작사가는 최근 현상에 대해 "그동안 굶주렸던 게 터진 것"이라며 "성인가요로만 치부받던 트로트가 일반 대중가요로서 2030 밀레니얼 세대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보이지 않았던 수요가 터지면서 기존 가수와 신인 가수가 트로트로 장르를 옮기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신사동호랭이`처럼 `알고보니 혼수상태`라는 트로트 작곡가도 탄생해 왕성환 활동을 보여주는 중입니다.
분위기는 이렇게 열풍이지만 이를 증명한 산술적 데이터는 아쉽게도 찾지 못했습니다. 실연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등록된 회원수(대중가요 파트)가 미스트롯이 열풍이 시작된 시점과 겹치는 올해 3월말 1만9,845명에서 2만1,016명으로 1,171명 늘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배 가량 늘었는데요.(18년3월말 1만7,064명 -> 6월말 1만7,740명) 장르를 구분한 세세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아 데이터를 근거로 단순히 트로트 열풍이라고 주장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11월1일 오전10시 기준 멜론차트 1위곡이 가수 송가인이 피처링한 곡으로 나옵니다. 급상승 순위 2위에는 아예 오디션 파이널 노래가 올라와 있네요.`송가인 열풍을 계기로 2030 젊은 플레이어가 늘어나고 있다` 현시점에서 트로트 인기의 실체는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트로트학과까지 개설돼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는 학교도 나오고 있고, 축제로 청소년 트로트 대회까지 개최하기도 한다고 하니 열풍의 실체가 존재하는 건 분명합니다. 트로트라곤 쳐다보지도 않던 제가 오디션 경연까지 지원하게 됐으니 말이죠. 지원 결과는 뭐 여러분들이 예상했던대로입니다. 지원서에 전화번호를 적었는데 아직까지 전화가 울리지 않고 있네요.
정재홍 디지털전략부 기자 / 손정은 디지털전략부 PD jhjeong@wowtv.co.kr
정재홍기자 jh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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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 한 번 나가시죠"잘못 들었나 싶었습니다. `송가인`열풍을 몰고 온 한 종편의 트로트 오디션에 나가라는 PD의 요구에 순간 멍해졌습니다. 노래 잘 부른다는 얘기는 살면서 들은 적이 없는데 경연까지 나가라니. `취재만 하고 경연은 나가지 않으면 안될까?`라고 조심스레 물었지만 이미 지원서를 출력하고 있는 열정에 소심한 반항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한편으론 궁금했습니다. 올 여름 미스트롯 콘서트는 전석매진을 기록했습니다. 얼마전 시작된 콘서트 시즌2도 공연랭킹 상위를 휩쓸고 있습니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국민MC 유재석도 트로트 앨범을 발매한다고 하니 열풍은 확실한가봅니다. 다만 미스트롯만 인기인지 `트로트`란 장르 자체가 남녀노소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건지 궁금해지더군요. 이왕 지원서 쓰는 김에 트로트 열풍을 몸소 체험해보기로 했습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교실도 트로트 바람
일상에서 `트로트`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을 고민하다 서울 영등포의 한 유명 노래교실을 찾았습니다. 가수 진미령의 `미운사랑`, 이애란의 `내 나이가 어때서`, `백세인생` 등 유명노래가 전국 노래교실에서부터 인기를 얻어 대중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월요일 아침인데도 200명 가량의 수강생들이 수업 시작 30분 전부터 도착해 노래 연습에 열중하는 모습입니다. 수강생들은 5~60대 여성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같은 연령대의 남성들도 몇 명 눈에 들어왔습니다.장복순(가명) 어르신은 노래교실 교재를 보며 `헤이맘보`를 열창했는데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매주 월요일 이른 아침부터 수원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일반가요 보단 트로트가 더 좋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따라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 음악수업처럼 노래 하나를 완창 가능하게 배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단순 이론이 아니라 재밌는 동작으로 어느 부분에서 포인트를 줘야 하는지 짚어주니 따라 부르기 쉽더군요. 수업을 진행하는 송광호 강사는 "최근 트로트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자기하고 맞지 않는다고 싫어했는데 요새는 어려워도 배우려 한다"고 트로트 인기를 전했습니다.● "사장님이 시킨 거 아니에요"…1994년생 유튜브 스타 탄생
그런데 어르신들 위주인 노래교실 특성상 트로트가 정말 인기가 많은지 와닿지 않았습니다. 트로트 전용 카페나 야외 버스킹 공연 같은 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찰나 유튜브 피드에 20대 여성이 유명 트로트곡 커버 영상을 올리는 걸 발견했습니다. `요요미..?` 제2의 홍진영을 표방한 건지 살펴보니 가수 혜은이의 `새벽비` 커버송은 조회수가 245만뷰를 넘겼더군요. 이거다 싶어 바로 인천에 위치한 소속사로 달려갔습니다.
사장님이 시킨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라며 발끈한 1994년생 요요미(실명 박연아). 가수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6살때부터 트로트를 시작했습니다. 미스트롯에서 통편집 되는 바람에 TV에선 직접적인 영향을 이끌어내진 못했지만 트로트 열풍 실체에 대해 그는 "삼촌팬과 아빠팬들이 주로 댓글로 달아주셨는데, 지금은 젊은 팬들도 굉장히 많아졌다"며 팬사인회를 열면 다양한 연령대의 구독자를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합니다. 요요미 채널은 올해 1월부터 커버곡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트로트 열풍에 힘입어 1년도 채 안돼 구독자가 15만명을 돌파했습니다. POP과 K-POP 커버도 함께 업로드 하지만 인기업로드에는 혜은이, 나훈아, 장윤정이 나란히 걸려있습니다.바로 옆에 앉아 노래를 들어보니 호흡이 트로트 맞춤형입니다. 트로트 잘하는 비법을 애원하니 신인이라 누군가를 가르치긴 부담스럽다면서도 1) 밝은 에너지를 내는 법 2) 호흡을 던져 꺾는 창법(영상으로 확인해주세요) 등을 전수해 줬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선배로서 창법보단 밝은 에너지로 승부를 보는 게 좋다는 조언입니다.● 인기 힘입어 `트로트학과` 신설…작곡가도 젊어진다
우리가 부르는 트로트는 20세기 초반 `빠르게 걷는다`는 의미의 미국의 사교음악 `폭스트로트`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입니다. 비록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왜색 논란도 있지만 대중가요로 자리잡은 건 사실이죠.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장윤정 열풍 이후 한동안 트로트의 맥이 끊겼던 게 사실입니다. 김연자 열풍을 일으킨 `아모르파티`의 이건우 작사가는 최근 현상에 대해 "그동안 굶주렸던 게 터진 것"이라며 "성인가요로만 치부받던 트로트가 일반 대중가요로서 2030 밀레니얼 세대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보이지 않았던 수요가 터지면서 기존 가수와 신인 가수가 트로트로 장르를 옮기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신사동호랭이`처럼 `알고보니 혼수상태`라는 트로트 작곡가도 탄생해 왕성환 활동을 보여주는 중입니다.
분위기는 이렇게 열풍이지만 이를 증명한 산술적 데이터는 아쉽게도 찾지 못했습니다. 실연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등록된 회원수(대중가요 파트)가 미스트롯이 열풍이 시작된 시점과 겹치는 올해 3월말 1만9,845명에서 2만1,016명으로 1,171명 늘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배 가량 늘었는데요.(18년3월말 1만7,064명 -> 6월말 1만7,740명) 장르를 구분한 세세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아 데이터를 근거로 단순히 트로트 열풍이라고 주장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11월1일 오전10시 기준 멜론차트 1위곡이 가수 송가인이 피처링한 곡으로 나옵니다. 급상승 순위 2위에는 아예 오디션 파이널 노래가 올라와 있네요.`송가인 열풍을 계기로 2030 젊은 플레이어가 늘어나고 있다` 현시점에서 트로트 인기의 실체는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트로트학과까지 개설돼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는 학교도 나오고 있고, 축제로 청소년 트로트 대회까지 개최하기도 한다고 하니 열풍의 실체가 존재하는 건 분명합니다. 트로트라곤 쳐다보지도 않던 제가 오디션 경연까지 지원하게 됐으니 말이죠. 지원 결과는 뭐 여러분들이 예상했던대로입니다. 지원서에 전화번호를 적었는데 아직까지 전화가 울리지 않고 있네요.
정재홍 디지털전략부 기자 / 손정은 디지털전략부 PD jhjeong@wowtv.co.kr
정재홍기자 jh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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