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불가 '틱 장애'…대법 "장애인복지법 적용 대상"

"시행령서 규정한 유형 아니라고 장애인등록 거부 안 돼"
자신도 모르게 신체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틱 장애' 환자도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받는 '장애인'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장애인 분류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시행령 조항 중 틱 장애와 가장 유사한 유형을 찾아 장애등급을 부여하라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A씨가 경기도 양평군을 상대로 낸 장애인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초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틱 장애를 앓았다. 2005년 4월 병원에서 음성 틱(소리를 내는 틱)과 운동 틱(신체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틱)이 함께 나타나는 '투렛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현재까지 입원 치료와 약물치료 등을 받아왔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정상적인 학업 수행과 대인관계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A씨는 2015년 7월 틱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등록 신청을 했지만, 양평군은 '틱 장애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서 정한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은 지체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등 장애 기준을 15가지로 분류해 놨는데, 틱 장애가 이 같은 분류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에 A씨는 '틱 증상이 심각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음에도 장애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행정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는 한정된 재원에서 장애인의 생활안정 필요성과 재정의 허용 한도를 감안해야 한다"며 "일정한 종류와 기준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장애인복지법의 적용 대상으로 삼아 우선적으로 보호하도록 한 것이 평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틱 장애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행정입법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로 인해 합리적 이유 없이 장애인으로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며 1심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원심이 평등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입법기술상 모든 장애를 빠짐없이 시행령에 규정할 수 없다"며 "A씨의 장애가 시행령 조항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만을 들어 장애인등록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A씨가 지닌 장애와 가장 유사한 장애 유형 규정을 유추 적용해 A씨의 장애등급을 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