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아이돌그룹 '아라시' 앞세워 '한류 아성' 동남아 탈환 추진

인도네시아선 BTS 출연 '광고'앞에서 '셀카찍기 유행'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각국에서 아이돌그룹을 내세운 한국과 일본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아이돌그룹 '아라시(嵐)'의 10~11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4개국 순회공연을 계기로 일본콘텐츠가 '한류의 아성' 탈환에 나섰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은 한때 일본 드라마와 음악이 휩쓸던 지역이지만 지금은 한류의 아성으로 변했다.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는 밀레니얼세대(1980~2000년 출생자)를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와 팝음악인 'K-팝'이 호평을 받고 있어서다. 10일 오전 7시. 자카르타 남부 고급 호텔앞에 일본 아이돌그룹 아라시의 인도네시아 팬들이 모여들었다.

크릿시(29)라는 팬은 "2011년부터 아라시가 인도네시아에 오기를 기다려 왔다"며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

최근 소셜미디어 이용을 시작한 아라시가 '테리마 카시!! 자카르타!!!!(감사한다. 자카르타)라는 트윗을 올리자 인터넷에서는 3시간만에 16만개의 '좋아요' 댓글이 달렸다.

인도네시아인 국민은 친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문화도 정착했다"(일본 정부 관계자)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도라에몽이나 포켓몬스터 같은 일본 만화의 인기도 뿌리 깊다.

아라시를 비롯, 우타다(宇多田) 히카루,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恵) 같은 일본 가수의 팬도 많다.

그렇지만 일본 콘텐츠는 전반적으로 한류의 인기에 밀리고 있다.

"지민과 사진을 찍고 싶다!" 이달 초 자카르타 지하철역 구내에서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카르타에서는 지금 한국 힙합그룹 'BTS(방탄소년단)'를 모델로 쓴 광고앞에서 '셀카'를 찍는게 유행이다.

작년 5월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BTS의 인기는 동남아에도 파급되고 있다.
한때 일본 콘텐츠의 인기가 높던 동남아시아도 지금은 한류의 아성이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동남아 콘텐츠 수출은 2017년 13억 달러에 달해 2015년에 비해 60% 증가했다.

전체 콘텐츠 수출의 15%를 차지하는 중요한 수출지역이다.

필리핀 현지 신문에 따르면 한류 스타 등의 필리핀 팬클럽 회원은 작년에 100만명에 달했다.

한류의 인기를 실감한 동남아의 유력 기업들도 한류 스타를 속속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있다.

유력 인터넷 통신 판매업체인 싱가포르 숍피는 작년에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를 브랜드 대사로 임명했다.

BTS를 모델로 기용한 인도네시아 최대 인터넷 판매업체 토코페디아는 "BTS가 음악계에 일으킨 혁신성은 토코페디아와 통하는데가 있다"(홍보 당자)고 말했다.

한 동작도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댄스로 음악계를 석권한 BTS의 이미지에 편승해 브랜드 파워 제고를 겨냥하고 있다.

한류붐은 단순한 콘텐츠 수출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이미지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영국 BBC 등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2017년 37%로 나타났다.

일본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57%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아직 일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11년에 비해 격차가 14%포인트나 축소됐다.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스마트폰과 화장품 등 한국 제품 판매와 한국 방문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콘텐츠 경쟁 무대가 TV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있다.

영국 조사기업 '위아소셜'에 따르면 하루 인터넷 평균 이용시간은 필리핀이 10시간, 태국이 9시간으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긴 편이다.

특히 동영상과 소셜미디어 이용시간이 많다.

동영상을 배포하는 서비스 회사들은 한류드라마를 '킬러 콘텐츠'로 평가, 누가 더 라인업을 충실하게 하느냐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동남아의 유력 동영상 서비스 업체로 동남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말레이시아 아이플릭스는 올해 4월 한국 방송국의 출자를 받는 방식으로 한류 드라마 라인업을 강화했다.

음악도 인터넷을 통해 전해진다.

작년 6월 유튜브에 공개된 블랙핑크의 히트곡 '뚜두뚜두' 뮤지컬 비디오는 9억9천만번이나 재생됐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콘텐츠가 동남아를 파고 들기 위해서는 아라시 처럼 동영상 배포나 소셜미디어 대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