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망칠 수능 없지" 한파 쫓아낸 후배들 응원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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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팀 =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수능 한파가 몰아쳤다.그러나 수능 고사장은 후배들의 응원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2도까지 내려갔다.
아침 일찍부터 고사장을 찾은 부지런한 수험생들은 후드를 눌러 쓰고 두꺼운 담요를 손에 드는 등 한파에 단단히 대비했다.고사장에 도착할 때만 해도 긴장감이 역력하던 수험생들의 얼굴은 후배들의 응원을 받은 뒤에는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새벽부터 진 친 응원단 "이렇게 추울 줄이야…그래도 선배 파이팅!"
용산구 용산고 앞은 오전 6시를 갓 넘긴 시각부터 경복고, 배문고, 중앙고 등에서 찾아온 응원단의 우렁찬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응원단은 자기 학교 선배들이 고사장으로 들어갈 때마다 "수능 대박!", "선배님 힘내세요!" 등의 구호를 경쟁적으로 외쳤다.학교마다 목소리 경쟁을 벌여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졌다.
'수능을 망칠 수능 없지', 'BTS(Best Teachers and Students) 일동' 등 재기 넘치는 현수막도 응원의 재미를 더했다.
경복고 2학년생 장모(17) 군은 "좋은 자리를 맡으려고 친구들 12명과 함께 새벽 4시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나도 수능이 1년 남았다는 생각에 떨리지만, 내년에도 우리 후배들이 오늘처럼 응원해줄 거라고 믿는다"며 응원을 이어갔다.추위 속에 응원하는 학생들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다.
고사장 주변 편의점에서는 핫팩이 동나기도 했다.종로구 경복고 앞에서는 롱패딩과 후드, 목도리, 장갑 등으로 '완전무장'한 응원단 100여명이 진을 쳤다.
털장갑을 끼고 선배들을 기다리던 용산고 1학년생 문모(16)군은 "춥지만 후배로서 조금이라도 기운을 북돋아 줘야 한다고 생각해 고사장에 나왔다.
핫팩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다"고 말했다.
이들은 "춥다, 추워"라며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선배들이 지나갈 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다.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 앞에서는 보성여고, 덕성여고, 상명대부속여고의 응원단이 추위에 얼굴이 빨개진 줄도 모르고 뜨거운 응원을 펼쳤다.
학교별 응원단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간발의 차이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응원단은 도롯가까지 진을 치기도 했다.
보성여고 1학년생인 권모(16)양은 "많이 춥다.
생각보다 조금 더 추워서 괜히 나왔나 조금 후회가 든다"면서도 "그래도 선배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며 응원을 이어갔다.◇ "같이 공부해주고 싶었지"…애타는 부모 마음
오전 7시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딸을 고사장으로 들여보낸 아버지 표모(44)씨는 딸이 시험장으로 제대로 들어가는지 보려고 한참이나 까치발로 서 있었다.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거리기도 했다.
표씨는 "아이가 그렇게 긴장 안 했는데 응원전을 보니 더 떨린다더라"라며 "평소 하던 대로만 잘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사장 앞에서 딸을 꼭 안아주고 돌아선 엄마 김모(53)씨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김씨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이번이 나에게는 3번째 수능인데, 긴장되는 것은 매한가지"라며 "간밤에 늦은 시간에야 잠이 들었다고 하던데 걱정이다.
밥 잘 먹고 실수만 안 했으면 좋겠다.
어머니들 마음은 다 같을 것"이라며 걱정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아버지와 함께 시험장에 온 재수생 김모(19) 군은 "20년동안 키워주신…"이라고 한 뒤 눈물이 날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하다 "부모님께 너무 고맙고. 20년 뒷바라지해준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들은 아버지 김씨(55)는 "이리와 한 번 안아줄게"라며 아들을 꼭 껴안았다.
셋째 아들을 시험장에 들여보냈다는 오모(53)씨는 "내가 고3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같이 공부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오늘이 결전의 날이라니 눈물이 난다"며 "그동안 공부하라고 챙긴 것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힘들게 한 것 같은데 많이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만학도들의 원숙한 응원메시지 "엄마도 대학 간다"
이날 이화여대 사범대부속고등학교 고사장 앞에는 색다른 응원단이 모였다.
만학 수험생들이 많은 일성여중고 출신 응원단이다.
"엄마도 대학 간다", "여보 등록금 준비해"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응원단은 조금 '특별한' 수능 응시자들이 시험장으로 향할 때마다 "일성여고 파이팅"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성여고 소속 수능 응시자인 이영애(74) 할머니는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
이렇게 살다 보니 수능도 보고 이미 꿈을 이룬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60살에 수능 시험을 보는 김태현씨는 "내 일생 최고의 날이다"라며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 미국에서 박사 공부를 마친 아들이 내 공부를 후원해줬다"고 웃었다.
일성여고 최고령 수험생인 오규월(78) 할머니도 응원단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오 할머니는 "긴장돼서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며 "그동안 수업도 안 빼먹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선재(84) 일성고 교장은 "편안한 마음으로 평소 실력을 발휘해 꼭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 중국·일본 외신들도 응원전 취재
수능시험장의 활기찬 응원 장면은 외신을 통해 중국·일본에도 소개될 전망이다.
이날 반포고 고사장에는 중국 CCTV 취재진이 응원단과 수능 수험생들의 고사장 입장 장면을 취재했다.
CCTV 취재진은 "중국은 대입 고사를 여름철 사흘에 걸쳐 치른다"며 "중국과 다른 한국의 수능시험 모습을 정오 경제 채널 뉴스에서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복고에서는 일본 NHK와 TBS 등 방송사도 응원 열기를 카메라에 담았다.이들은 일본에 없는 한국의 수능시험을 해마다 자국에 소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2도까지 내려갔다.
아침 일찍부터 고사장을 찾은 부지런한 수험생들은 후드를 눌러 쓰고 두꺼운 담요를 손에 드는 등 한파에 단단히 대비했다.고사장에 도착할 때만 해도 긴장감이 역력하던 수험생들의 얼굴은 후배들의 응원을 받은 뒤에는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새벽부터 진 친 응원단 "이렇게 추울 줄이야…그래도 선배 파이팅!"
용산구 용산고 앞은 오전 6시를 갓 넘긴 시각부터 경복고, 배문고, 중앙고 등에서 찾아온 응원단의 우렁찬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응원단은 자기 학교 선배들이 고사장으로 들어갈 때마다 "수능 대박!", "선배님 힘내세요!" 등의 구호를 경쟁적으로 외쳤다.학교마다 목소리 경쟁을 벌여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졌다.
'수능을 망칠 수능 없지', 'BTS(Best Teachers and Students) 일동' 등 재기 넘치는 현수막도 응원의 재미를 더했다.
경복고 2학년생 장모(17) 군은 "좋은 자리를 맡으려고 친구들 12명과 함께 새벽 4시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나도 수능이 1년 남았다는 생각에 떨리지만, 내년에도 우리 후배들이 오늘처럼 응원해줄 거라고 믿는다"며 응원을 이어갔다.추위 속에 응원하는 학생들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다.
고사장 주변 편의점에서는 핫팩이 동나기도 했다.종로구 경복고 앞에서는 롱패딩과 후드, 목도리, 장갑 등으로 '완전무장'한 응원단 100여명이 진을 쳤다.
털장갑을 끼고 선배들을 기다리던 용산고 1학년생 문모(16)군은 "춥지만 후배로서 조금이라도 기운을 북돋아 줘야 한다고 생각해 고사장에 나왔다.
핫팩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다"고 말했다.
이들은 "춥다, 추워"라며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선배들이 지나갈 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다.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 앞에서는 보성여고, 덕성여고, 상명대부속여고의 응원단이 추위에 얼굴이 빨개진 줄도 모르고 뜨거운 응원을 펼쳤다.
학교별 응원단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간발의 차이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응원단은 도롯가까지 진을 치기도 했다.
보성여고 1학년생인 권모(16)양은 "많이 춥다.
생각보다 조금 더 추워서 괜히 나왔나 조금 후회가 든다"면서도 "그래도 선배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며 응원을 이어갔다.◇ "같이 공부해주고 싶었지"…애타는 부모 마음
오전 7시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딸을 고사장으로 들여보낸 아버지 표모(44)씨는 딸이 시험장으로 제대로 들어가는지 보려고 한참이나 까치발로 서 있었다.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거리기도 했다.
표씨는 "아이가 그렇게 긴장 안 했는데 응원전을 보니 더 떨린다더라"라며 "평소 하던 대로만 잘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사장 앞에서 딸을 꼭 안아주고 돌아선 엄마 김모(53)씨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김씨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이번이 나에게는 3번째 수능인데, 긴장되는 것은 매한가지"라며 "간밤에 늦은 시간에야 잠이 들었다고 하던데 걱정이다.
밥 잘 먹고 실수만 안 했으면 좋겠다.
어머니들 마음은 다 같을 것"이라며 걱정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아버지와 함께 시험장에 온 재수생 김모(19) 군은 "20년동안 키워주신…"이라고 한 뒤 눈물이 날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하다 "부모님께 너무 고맙고. 20년 뒷바라지해준 부모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들은 아버지 김씨(55)는 "이리와 한 번 안아줄게"라며 아들을 꼭 껴안았다.
셋째 아들을 시험장에 들여보냈다는 오모(53)씨는 "내가 고3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같이 공부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오늘이 결전의 날이라니 눈물이 난다"며 "그동안 공부하라고 챙긴 것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힘들게 한 것 같은데 많이 미안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만학도들의 원숙한 응원메시지 "엄마도 대학 간다"
이날 이화여대 사범대부속고등학교 고사장 앞에는 색다른 응원단이 모였다.
만학 수험생들이 많은 일성여중고 출신 응원단이다.
"엄마도 대학 간다", "여보 등록금 준비해"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응원단은 조금 '특별한' 수능 응시자들이 시험장으로 향할 때마다 "일성여고 파이팅"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성여고 소속 수능 응시자인 이영애(74) 할머니는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
이렇게 살다 보니 수능도 보고 이미 꿈을 이룬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60살에 수능 시험을 보는 김태현씨는 "내 일생 최고의 날이다"라며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 미국에서 박사 공부를 마친 아들이 내 공부를 후원해줬다"고 웃었다.
일성여고 최고령 수험생인 오규월(78) 할머니도 응원단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오 할머니는 "긴장돼서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며 "그동안 수업도 안 빼먹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선재(84) 일성고 교장은 "편안한 마음으로 평소 실력을 발휘해 꼭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 중국·일본 외신들도 응원전 취재
수능시험장의 활기찬 응원 장면은 외신을 통해 중국·일본에도 소개될 전망이다.
이날 반포고 고사장에는 중국 CCTV 취재진이 응원단과 수능 수험생들의 고사장 입장 장면을 취재했다.
CCTV 취재진은 "중국은 대입 고사를 여름철 사흘에 걸쳐 치른다"며 "중국과 다른 한국의 수능시험 모습을 정오 경제 채널 뉴스에서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복고에서는 일본 NHK와 TBS 등 방송사도 응원 열기를 카메라에 담았다.이들은 일본에 없는 한국의 수능시험을 해마다 자국에 소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