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제록스의 인수 제안 거절

"합병 이익 인정" 여지는 남겨
미국 사무기기 업체 제록스가 프린터·PC 제조업체 휴렛팩커드(HP)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지만 거절당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HP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제록스의 인수안을 거부하기로 했다. 앞서 제록스는 주당 22달러씩 총 330억달러에 HP를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1주당 현금 17달러와 제록스 주식 0.137주를 지급하는 방식이다.HP 이사회는 존 비센틴 제록스 최고경영자(CEO)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제록스의 인수 제안은 주주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지 못한다”며 “HP의 기업 가치를 크게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HP는 향후 인수 조건이 달라지면 합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HP는 서한에 “우리는 통합의 잠재적 이익을 인정한다”며 “제록스와의 합병을 통해 HP 주주들에게 창출될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더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두 회사의 합병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아이칸은 제록스와 HP의 지분을 각각 10.6%, 4.24% 보유하고 있다. HP 주가는 지난 15일 전 거래일보다 10% 오른 주당 20.18달러에 마감했다. 제록스는 7% 상승한 78.94달러에 장을 마쳤다. 아직까지 양사의 합병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