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 부르는 그때 그 소리를 아십니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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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 내년 3·1절까지 '소리, 역사를 담다'展
손기정 우승 소감·통행금지 사이렌 등 음원 90여건 소개 40년 전 대한민국에는 자정이 되면 통행금지를 공지하는 사이렌이 울렸다. 시민들은 오후 11시 무렵이면 귀가를 서둘렀다.
또 오후 6시에는 국기 하강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려 모두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사이렌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빠뜨려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자료다. 비단 사이렌뿐만 아니다.
이산가족이 만나 흐느끼며 낸 탄성, 반공 웅변, 정치인들의 연설 등 귀로 들으면 의미와 감정이 배가되는 소리가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근현대사 속 중요한 소리를 뽑아 소개하는 특별전 '소리, 역사를 담다'를 3층 기획전시실에서 21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연다. 20일 찾은 전시실은 온갖 소리로 웅성거리는 듯했다.
초입에는 자그마한 스피커 60개에서 다양한 소리가 끊임없이 나왔고, 그 옆에 있는 서랍을 당기면 대구 지하철 화재·숭례문 방화·스마트폰 상용화·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상륙 등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과 관련된 소리가 들렸다.
한편에는 "작은 웅얼거림에도 당대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 내포됐다"는 문구가 보였다. 전시를 둘러보는 동안 곳곳에 헤드셋과 스피커가 있어 자연스럽게 다양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소리는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고,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둔 감정을 끌어올리는 힘이 있었다. 노선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관람객들이 밀도 높은 현대사 전시에 익숙하다고 생각해 재미있는 전시를 해 보고 싶었다"며 "준비 과정이 힘들었지만, 큰 도전이자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자평했다.
노 연구사는 이어 "이번 전시에서 핵심은 어디까지나 소리이며, 시각 자료와 영상은 소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도구"라면서 "휘발성이 있고 잘 사라지는 소리를 따라 여행을 떠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에 나온 음원은 모두 90여건. 1930년대 '조선어독본'을 낭독한 소리,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이 남긴 소감, 김구·조소앙·서재필이 광복 이후 말한 육성, 4·19혁명 보도, 1969년 클리프 리처드 내한공연 실황, TBC 아나운서 황인용이 라디오 프로그램 '밤을 잃은 그대에게' 마지막 방송에서 울먹이며 한 이야기 등이 전시장을 채운다.
시각 자료로는 1940년대 RCA 단파 라디오 수신기, 1959년 생산된 국산 1호 라디오, 1960년대 흑백텔레비전,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접수 문서 등 160여점을 공개한다. 전시는 3부로 나뉜다.
1부 '소리길'은 약 1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역사적 순간의 소리를 접하도록 했고, 2부 '소리극장'에서는 15분 분량 소리극 '그날의 우리'를 선보인다.
마지막 3부 '소리창고'는 소리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데 도움을 준 여러 장치로 꾸몄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건전가요와 금지곡으로 분류된 노래를 들려주는 공간도 있다.
금지곡으로는 '동백아가씨', '미인', '아침이슬', '그건 너', '고래사냥' 등이 있고, 건전가요에는 '잘살아보세', '서울의 찬가', '새마을노래', '결핵없는 내일', '아! 대한민국' 등이 포함됐다.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중요한 순간마다 존재한 소리를 생활사적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무겁지 않은 전시를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손기정 우승 소감·통행금지 사이렌 등 음원 90여건 소개 40년 전 대한민국에는 자정이 되면 통행금지를 공지하는 사이렌이 울렸다. 시민들은 오후 11시 무렵이면 귀가를 서둘렀다.
또 오후 6시에는 국기 하강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려 모두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사이렌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빠뜨려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자료다. 비단 사이렌뿐만 아니다.
이산가족이 만나 흐느끼며 낸 탄성, 반공 웅변, 정치인들의 연설 등 귀로 들으면 의미와 감정이 배가되는 소리가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근현대사 속 중요한 소리를 뽑아 소개하는 특별전 '소리, 역사를 담다'를 3층 기획전시실에서 21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연다. 20일 찾은 전시실은 온갖 소리로 웅성거리는 듯했다.
초입에는 자그마한 스피커 60개에서 다양한 소리가 끊임없이 나왔고, 그 옆에 있는 서랍을 당기면 대구 지하철 화재·숭례문 방화·스마트폰 상용화·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상륙 등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과 관련된 소리가 들렸다.
한편에는 "작은 웅얼거림에도 당대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 내포됐다"는 문구가 보였다. 전시를 둘러보는 동안 곳곳에 헤드셋과 스피커가 있어 자연스럽게 다양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소리는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고,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둔 감정을 끌어올리는 힘이 있었다. 노선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관람객들이 밀도 높은 현대사 전시에 익숙하다고 생각해 재미있는 전시를 해 보고 싶었다"며 "준비 과정이 힘들었지만, 큰 도전이자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자평했다.
노 연구사는 이어 "이번 전시에서 핵심은 어디까지나 소리이며, 시각 자료와 영상은 소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도구"라면서 "휘발성이 있고 잘 사라지는 소리를 따라 여행을 떠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에 나온 음원은 모두 90여건. 1930년대 '조선어독본'을 낭독한 소리,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이 남긴 소감, 김구·조소앙·서재필이 광복 이후 말한 육성, 4·19혁명 보도, 1969년 클리프 리처드 내한공연 실황, TBC 아나운서 황인용이 라디오 프로그램 '밤을 잃은 그대에게' 마지막 방송에서 울먹이며 한 이야기 등이 전시장을 채운다.
시각 자료로는 1940년대 RCA 단파 라디오 수신기, 1959년 생산된 국산 1호 라디오, 1960년대 흑백텔레비전,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접수 문서 등 160여점을 공개한다. 전시는 3부로 나뉜다.
1부 '소리길'은 약 1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역사적 순간의 소리를 접하도록 했고, 2부 '소리극장'에서는 15분 분량 소리극 '그날의 우리'를 선보인다.
마지막 3부 '소리창고'는 소리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데 도움을 준 여러 장치로 꾸몄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건전가요와 금지곡으로 분류된 노래를 들려주는 공간도 있다.
금지곡으로는 '동백아가씨', '미인', '아침이슬', '그건 너', '고래사냥' 등이 있고, 건전가요에는 '잘살아보세', '서울의 찬가', '새마을노래', '결핵없는 내일', '아! 대한민국' 등이 포함됐다.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중요한 순간마다 존재한 소리를 생활사적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무겁지 않은 전시를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