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위해 13개 언어 112신고앱 만든다

정부, 인권보호 내실화 방안 발표…초기 적응 지원 강화
국제결혼 교육 대상 확대…체류 허가시 '선 허가·후 조사'
가정폭력 등으로 고통을 겪는 결혼이주여성이 경찰에 쉽게 피해 상황을 신고하도록 13개 언어를 지원하는 '112 다국어 신고앱'이 만들어진다. 아울러 이주여성과 배우자·가족 대상 교육을 강화하고, 안정적 한국 생활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국제결혼과 관련된 기준과 이주여성에게 파경의 책임이 없을 경우 귀화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여성가족부는 22일 제16차 사회관계장관회의 이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혼이주여성 인권보호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7월 베트남 이주여성 폭력 사건이 현지에 알려지면서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지난 16일에도 경기도 양주에서 벌어진 베트남 국적 여성 피살 사건으로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폭넓은 안전망 구축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나왔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에는 결혼 전부터 불가피한 사유로 이혼할 때까지 이주여성을 도울 다양한 정책이 담겼다.

정부도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고, 인권 피해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가정폭력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작되는 112 다국어 신고앱은 다문화가족을 돕는 다누리콜센터와 경찰 간 핫라인을 구축해 운영한다.

다누리콜센터 가정폭력 상담 전문성을 강화하는 교육도 진행한다.

또 지역 활동가를 활용해 가정폭력 조기 인지를 위해 노력하고, 112 신고 이력과 위험성 조사표를 바탕으로 가정폭력이 재발할 우려가 있는 가정을 선정해 방문·전화 점검을 하기로 했다. 올해 신설한 폭력피해이주여성 상담소는 내년에 2곳을 확충해 7곳이 된다.

순탄한 국제결혼을 돕는 혼전 교육 대상은 대폭 증가한다.

입국 전 8시간 동안 현지사전교육을 하는 나라에 태국을 추가해 기존 베트남·필리핀까지 3개국으로 늘리고, 한국인 예비배우자 안내프로그램 교육 면제 대상은 '유학·파견 등으로 해당국에서 45일 이상 체류한 경우'에서 '6개월 이상 또는 제3국에서 장기사증으로 체류한 경우'로 규정을 강화했다.

배우자와 배우자 가족을 위한 2시간짜리 '다(多)함께 프로그램'도 시범 실시한다.

이주여성이 한국에 들어온 뒤에는 체계적 도움을 받도록 현지사전교육, 이민자 조기적응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주민센터에서 복지서비스를 신청할 때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거주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이주여성 자립·취업·사례 관리를 지원한다.

이주여성의 최초 체류와 체류 기간 연장을 허가할 때는 결혼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 '선 허가·후 조사' 조처를 하고, 혼인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한 여성의 체류 기간은 기존 1년에서 최장 3년으로 늘린다.

이와 함께 이주여성이 가정폭력 등으로 이혼 후 간이 귀화를 신청하면 '본인의 귀책 사유 없음을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배우자의 주된 책임으로 정상적 혼인생활을 할 수 없었음을 증명하는 자료'도 인정하기로 했다.

사전에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국제결혼을 막기 위해 가정폭력·성폭력·살인·강도·강간 등 특정 강력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외국인 배우자 사증 발급을 제한한다.

아울러 국제결혼중개업체를 대상으로 신상 정보 제공 등 위법 사항이 있는지 단속하고,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중개 웹사이트 차단을 요청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 관계자는 "결혼이주여성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정착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량을 발휘하도록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불법과 인권 침해 행위는 엄단하기 위해 관련 대책을 지속해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