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원, 국산 소프트웨어 없는 휴대폰 판매금지 가결

"기술발전·선택권 제공" vs "이용자 감시·외국기업 이탈" 논란

러시아 하원이 자국산 소프트웨어가 사전에 미설치된 일부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2020년 7월 발효될 이 법안의 실행 대상에는 휴대전화, 컴퓨터, 스마트TV 등이 포함된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외국의 장비가 이들 국가의 일반적 소프트웨어를 갖춘 상태로 판매될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러시아의 자체 대체 소프트웨어가 설치돼야 한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이 법안을 두고선 러시아 기술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는 찬성 의견이 있는 반면 사용자에 대한 감시 가능성과 해당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법안 공동 제안자인 올레그 니콜라예프는 해당 법안이 러시아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복잡한 전자제품을 살 때 이미 이러한 제품에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있는데, 대부분 서방의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 러시아 내에선 이것을 대체할 수 없는 앱이 없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것"이라며 "러시아 앱을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인들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안은 러시아에서 제조·유통판매업체의 비판에 직면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가전·컴퓨터 장비 제조 및 거래기업협회(RATEK)는 일부 장치에 러시아산 소프트웨어 설치가 불가능할 것이며 이와 관련된 국제 기업이 러시아 시장을 떠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러시아 소프트웨어가 이용자에 대한 감시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에선 이달 초 국제 인터넷망과는 별도의 이른바 '독자 인터넷망' 구축 기반을 마련한 법안이 발효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가 하면 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검열하거나 단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법안으로 영향을 받는 전자제품 종류와 사전에 설치될 필요가 있는 러시아 소프트웨어 목록은 향후 정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BBC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