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타냐후 기소에 여야 대립…"사퇴" vs "무죄추정원칙"

중도좌파 야권, 총리직 사퇴 압박…여권 리쿠드당·유대교정당은 네타냐후 감싸기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70) 총리에 대한 검찰의 기소 발표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대립하고 있다. 중도 및 좌파 진영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반면, 우파 정치인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주장하며 '네타냐후 지키기'에 나섰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2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반대 운동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파 진영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신뢰를 맹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중도좌파 정당 노동당은 성명을 내고 여당 리쿠드당이 새 선거를 피하려면 네타냐후 총리가 사임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당은 네타냐후 총리가 사임하도록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 활동가들은 지중해 도시 텔아비브에 있는 리쿠드당 본부 주변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최대 야당인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도 네타냐후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청백당의 '2인자'로 통하는 야이르 라피드는 "네타냐후는 물러나야 한다.

이스라엘 국민과 국가를 위해 그는 1분 이상 권력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랍계 정당들의 연합 '조인트리스트'의 아이만 오데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아랍계 의원들에게 '테러 지지자'라는 딱지를 붙였다고 비판하며 "그(네타냐후 총리)의 사회적 악행으로 초래된 피해를 바로잡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에서도 네타냐후 총리를 반대하는 운동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이스라엘의 비영리단체 '양질의 정부 운동'(Movement for Quality Government)은 오는 30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리쿠드당과 유대교 정당들에 소속된 정치인들은 네타냐후에 대한 지지를 잇달아 표명했다.

리쿠드당의 핵심 인사인 이스라엘 카츠 외교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은 법률 국가이고 무죄추정의 원칙은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모든 사람의 권리"라고 말했다.

이어 "네타냐후가 총리를 맡는데 법적 이의가 없다면 그의 총리직 유지가 허용된다"며 "일반 국민과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대표들만이 누가 이스라엘을 이끌지 민주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쿠드당 소속 아미르 오하나는 트위터에 "베냐민 네타냐후는 부패한 사람이 아니다.

지금 그를 지지한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유대주의 정당 '유대가정당'을 이끄는 라피 페레츠 교육부 장관도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을 위해 헌신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아직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리쿠드당 간부들은 채널12 등 이스라엘 매체에 익명으로 나와 당 대표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내무장관과 교육장관을 지낸 기드온 사르 의원은 자신이 네타냐후 총리를 이어 리쿠드당을 이끌 수 있다며 당 대표 경선을 요구한 상태다.

이스라엘 검찰은 지난 21일 밤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등 비리 혐의 3건으로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 등으로부터 수년간 수십만 달러 상당의 뇌물을 받고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를 받는다.

네타냐후 총리는 검찰의 기소 결정에 "사실상 쿠데타"라고 반발하면서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이스라엘법에 따르면 현직 총리가 기소돼도 사임할 의무는 없다.

네타냐후 총리는 검찰 기소에 맞서 의회에 면책특권을 요청하며 최대한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 강경파 지도자 네타냐후 총리는 재임 기간이 13년 8개월을 넘는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다. 그는 1996년 만 46세로 최연소 총리에 올라 1999년까지 활동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을 차지한 뒤 계속 집권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