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나흘째 단식…한국당, 내일 靑 앞에서 비상의총(종합2보)

나경원, 귀국 후 두차례 농성장 방문…'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방안 모색
羅 "여당과 협상 계속해야 할 것 같다"…黃, 청와대 앞에서 이틀째 철야 농성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주말인 23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4일 차 단식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전날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사랑채 인근에서 노숙 철야농성을 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단식 시작 이후 낮에는 청와대, 밤에는 국회를 오가며 단식투쟁을 해왔다.

황 대표는 이날도 청와대 앞에서 이틀째 철야 노숙 단식을 하기로 했다. 경호상 이유로 텐트를 칠 수 없어 노상에서 비닐 등을 덮은 채 잠을 잘 예정이라고 한국당은 전했다.

황 대표는 이날 저녁 잠시 몸을 눕히거나, 농성장 주변을 걸으며 지지들과 인사하기도 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가 연기됐지만,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철회가 이뤄지지 않는 한 단식을 접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당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 이인영·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함께 미국을 방문했던 나 원내대표는 귀국 직후인 이날 오전 6시께와 오후 5시께 두 차례에 걸쳐 농성장을 찾아 여야 협상에 나설 뜻임을 시사했다.

나 원내대표는 황 대표에게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의 경우 '절차 위반'이라고 지적해도 민주당은 상관없이 (처리)하겠다고 해 협상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나 원내대표는 방미 결과를 설명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로 신뢰를 잃어버려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관계에 안 좋은 기제로 작용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황 대표는 "의원들의 관심사는 패스트트랙인 것 같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에 대해 "(한국당이) 자랑하면 안 될 것 같다"며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점과 팩트를 정확하게 국민께 전해줘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나 원내대표의 미국 방문으로 사흘간 이뤄지지 못한 한국당 투톱의 '패스트트랙 논의'가 재개된 모양새다.

나아가 한국당은 오는 24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비상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의 단식을 계기로 '적당한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당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이날 통화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연동률을 낮추고 공수처의 이름을 '부패방지수사처'로 바꾼다고 악법의 내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며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를 관철하는 협상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단식 농성장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 전광훈 목사, 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이 찾아 황 대표를 격려했다.

오 전 시장은 황 대표의 건강에 우려를 표했고, 황 대표는 "전 괜찮다.

(오 전 시장이) 힘든 데서 고생하고 계신다"며 "에너지가 빠진다고 말을 하지 말라고 하니 말을 아끼겠다.

바쁜데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에 오 전 시장이 도전장을 낸 점을 거론한 것으로, 오 전 시장은 "요즘 추미애 법무장관설 등 변수가 생겨서 지역구가 어수선하긴 하다"고 말했다.

또한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두 번째 방문에서 "매일 한 시간씩 걷다 오는데 저는 아직 괜찮다"며 "그런데 이제 이런 식으로 체력을 계속 소모하면서 단식을 하면 오래는 못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오후 중 황 대표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황 대표의 몸 상태 등을 고려해 일정을 취소했다고 한국당 관계자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