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위험한 비유·한 사람을 위한 마음

블랙 톰의 발라드·서브머린

▲ 위험한 비유 = 2010년 첫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으로 주목받은 최제훈이 9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소설집.
표제작을 비롯해 '2054년, 교통사고', '미루의 초상화', '유령들', '마계 터널' 등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단편 여덟 편을 실었다. 인간과 기계, 화가와 초상화, 퇴마사와 유령 등 다양한 긴장 관계 속에서 현실과 비현실, 진실과 거짓의 세계를 넘나들며 독자들을 낯선 세계로 이끈다.

오류가 발생할 수 없는 자율주행차의 사고, 볼 때마다 얼굴이 달라지는 초상, 살인 용의자가 쓴 소설 등을 둘러싼 의문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기묘한 반전이 이어진다.

2007년 등단한 작가는 첫 장편 '일곱 개의 고양이 눈'으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으며 '나비잠', '천사의 사슬' 등을 선보였다. 문학과지성사. 276쪽. 1만3천원.
▲ 한 사람을 위한 마음 = 이주란이 김준성문학상을 받은 첫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 이후 선보이는 두 번째 소설집. 2019 젊은작가상을 받은 '넌 쉽게 말했지만', 현대문학상과 김유정문학상 후보에 오른 표제작 등 아홉 편을 실었다.

책에 실린 단편은 각기 다른 이야기지만 전체가 연작소설로 이뤄진 듯한 느낌을 준다. 대체로 결핍과 상실의 경험을 가진 등장인물들이다.

이들은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고통으로 가득한 결말로 끝나지는 않는다.

슬픔과 외로움 속에서도 서로 마음을 열어가며 은근한 위로와 온기를 전한다. 문학동네. 304쪽. 1만3천원.
▲ 블랙 톰의 발라드 = 현대 공포소설 초석을 다진 작가 H. P. 러브크래프트의 단편 '레드 훅의 공포'를 빅터 라발이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썼다.

원작은 뉴욕 시경 소속 형사가 이문화와 밀교에 비상한 관심을 품던 노학자의 기행을 추적하다가 그의 저택에서 어떤 공포를 경험하고 얻는 깊은 후유증을 그렸다.

아프리카계 미국 작가 라발은 헌정의 의미를 담아 러브크래프트의 독특한 설정을 살리면서도 1920년대 뉴욕의 흑인 청년을 새로운 주인공으로 내세워 원작 전반에 깃든 백인 중심 사상을 비판한다.

이 작품으로 라발은 영국환상문학상과 셜리잭슨상 등을 받았다.

이동현 옮김.
황금가지. 184쪽. 1만2천원.
▲ 서브머린 = '골든 슬럼버' 등으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이사카 고타로의 2016년작.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2004년작 '칠드런' 속편이다.

작가는 속편이나 시리즈물보다는 매번 새로운 인물과 세계를 만들어내는 신작에 주력했지만, '칠드런'의 주인공 진나이 캐릭터를 향한 애정에 예외적으로 속편을 썼다.

가정법원 소년사건 담당 조사관 진나이는 자기중심적인 괴짜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전작이 진나이가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를 연작소설 형태로 묶었다면, 이번에는 하나의 사건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최고은 옮김.
현대문학. 332쪽. 1만3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