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 도쿄상의 회장 "장학사업으로 다문화 인재 육성"

"해외서 다문화는 차별이 아니라 경쟁력…인식 전환 필요"
"다문화를 장점으로 받아들여 가장 성공한 나라가 미국입니다. 심지어 단일민족주의가 강한 일본도 20년 전부터 정부가 앞장서 '다문화 공생' 정책을 펼치고 있죠. 해외에서 차별이 아니라 경쟁력으로 받아들이는 다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재일동포인 장영식 도쿄(東京)한국상공회의소 회장은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외동포는 거주국에서 모두 다문화로 살아가지만 이중언어·문화의 장점을 살려 주류사회에서 활약한다"며 "모국의 훌륭한 자산이 될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격려하기 위해 장학사업에 나서게 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1961년 설립된 도쿄한국상공회의소는 재일동포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한일 간 비즈니스의 가교역할을 해오고 있는 경제인단체다.

장 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열린 '2019 다문화포럼'에 참석해 연합뉴스·해밀학교와 다문화 청소년 장학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다문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그는 "상공회 회원들은 잘 버는 것 못지않게 잘 쓰는 것에 고민을 많이 하는데 모국의 다문화 학생을 돕는 일이기에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며 "재일동포가 장학금을 주는 것은 다문화인으로서 긍지를 갖고 시야를 넓혀 해외 진출도 꿈꾸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상공회는 1월 해밀학교 학생 10명의 진로 탐방을 돕기 위한 일본 초청 행사도 열었다.

초청된 학생들은 상공회 신년회에 참석해 회원 기업 탐방 후 일본에서의 창업 이야기 등 성공담을 들었다. 장 회장은 "재일동포가 일본에서 차별도 받았지만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노력해 자수성가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준 것은 꿈을 꾸는 자만이 성공의 열매를 딸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지난 달 상공회 임원들과 해밀학교를 방문한 그는 "인순이 학교 이사장의 눈높이 교육 철학과 밝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모두 감동했다"며 "처지가 비슷한 동병상련도 있기에 장학사업에 적극 나서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진로 탐방 초청과 장학사업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 인재로 성장해 일본 취업에 문을 두드린다면 상공회 회원 기업에서 채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연 매출 3천억원 규모의 면세품 판매기업인 에이산을 이끄는 그는 "에이산만이 아니라 회원 기업들 대부분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외국인을 채용한다"며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다문화 출신이 활약하는 사례가 많은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다문화포럼의 주제인 '건강한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국인 배우자의 역할'과 관련, 그는 "한국의 다문화정책은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한국인 배우자가 상대 나라의 말과 문화를 존중하고, 자녀가 이중언어를 구사하도록 돕는 게 경쟁력을 갖춘 아이로 성장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또 "거주국 주류사회 구성원으로 편입되면서 한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말라는 한국의 재외동포 정책을 뒤집어 펼치면 그게 바로 다문화 정책"이라며 "그게 다문화를 국가의 자산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로 살아가는 재일동포가 모국의 다문화 가정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상공회는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문화 학생들과 계속 관계를 맺어 올바른 인재로 성장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