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금융감독기관 수장에 伊중앙은행 출신 임명

최근 바티칸 교황청에서 불거진 불법 금융·부동산 거래 의혹의 중심에 있는 재무정보국(AIF) 새 수장으로 이탈리아 중앙은행 고위 간부 출신이 낙점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7일(현지시간) AIF 새 책임자로 카르멜로 바르바갈로(63) 전 이탈리아 중앙은행 금융감독국장을 임명했다고 로이터·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인사는 교황이 태국·일본 순방에서 복귀하자마자 이뤄진 것이다.

바르바갈로는 지난 5년간 AIF를 이끈 르네 브륄하르트(47)의 직무를 이어받게 된다.

스위스 변호사 출신인 브륄하르트는 교황의 재신임을 받지 못해 지난주 임기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AIF는 교황청 내 자금 세탁 등 각종 금융 범죄를 단속하는 독립기구로, 베네딕토 16세 교황 재임 때인 2011년 설립됐다.

하지만 최근 교황청 심장부인 국무원이 신도들의 헌금으로 조성된 기금으로 2014년 영국 첼시의 고가 부동산을 불법 매입했다는 의혹에 연루돼 경찰 수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지난달 1일에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또 고위 간부인 토마소 디 루차 국장은 핵심 피의자로 지목돼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경찰은 AIF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를 일부러 눈감았거나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정황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AIF 수장 교체도 이번 의혹에 대한 책임 추궁과 조직 쇄신 차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AIF가 교황청 다른 부처의 금융 범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것 같다"며 사실상 AIF의 '직무유기'를 인정했다.

교황은 또 해당 거래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질 것임을 재확인했다.

교황은 "부패가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관련자들에게 죄가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바티칸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은 추악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