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KBS, '출입처' 없앤다는데…해외언론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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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佛·獨, '부처 출입기자' 개념 약화 추세…日은 한국과 비슷 공영방송 KBS가 기자 출입처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국 언론의 취재 및 보도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지 관심을 모은다. 엄경철 KBS 보도국장은 최근 사내 임명동의 투표 전 밝힌 보도국 운영계획에서 꼭 필요한 영역과 역할을 제외하고는 출입처 제도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자실 문화와 한 쌍을 이루는 출입처 제도는 한국 언론의 오랜 관행이다.
정부 부처를 예로 들면 각 사에서 기자가 특정 부처 담당으로 정해지면 해당 부처(출입처) 대변인실 등 공보조직에 출입기자로 등록한다. 또 자신의 소속사가 출입기자단에 가입해 있다면 부처 기자실에 상주하며 취재 및 기사 작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KBS는 이 같은 '출입처 중심'에서 탈피해 '이슈 중심'으로 기자를 투입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군대에 비유하자면 특정 지역에 상주하며 그 지역을 지키는 '주둔군' 중심의 운영에서 필요한 곳에 수시로 유연하게 출동하는 '신속기동군'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한국 언론의 오랜 전통인 출입처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자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기자실(출입처 내 출입기자단의 상주 시설) 문화'와 '동전의 양면'인 출입처 제도는 그 나름의 효용이 있다.
기자들이 정부 부처 등 출입처에 상주하기 때문에 그곳의 동향을 밀착 감시할 수 있다. 출입처로부터 안정적으로 정보를 공급받을 수 있는 점, 출입처가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을 때 기자들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인 면으로 평가된다.
공간적 제약 등을 이유로 정부 주최 중요 행사에 모든 취재진을 수용할 수 없을 경우 소수의 기자가 대표취재를 해서 취재 내용을 공유하는 '풀'(Pool) 취재가 불가피한데, 풀 취재 시스템을 운용하는데도 부처별 출입기자단은 효율적이다.
반면, 기자단과 출입처간 '유착', 기성 기자단의 신생 매체에 대한 '폐쇄성', 기자단 소속 매체들의 담합성 보도, 여러 영역에 걸쳐 있는 복잡한 현안에 대한 유연하고 신속한 취재의 어려움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렇다면 외국 상황은 어떨까?
서방 주요국의 경우 한국에 비해 대체로 출입처 개념이 약화하는 추세다. 프랑스는 출입기자제를 부분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나, 점차 탈피해가는 추세다.
연합뉴스가 프랑스 뉴스통신사인 AFP에 문의한 결과, AFP는 근년 들어 특정 출입처에 상주하는 기자를 줄여가고 있다.
프랑스 국내 기관 중에서는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 총리실, 외무부, 의회, 파리 중앙재판소, 파리 경찰청 등 주요 뉴스와 발표가 쏟아지는 6개 기관에만 전담 출입기자를 두고 있다고 AFP 관계자가 밝혔다.
그 외 프랑스 내 대다수 AFP 기자들은 특정 출입처가 아닌 자사 사무실로 출근하며 정치, 경제, 생활문화 등 영역을 넘나드는 취재를 한다.
경제, 산업, 과학, 라이프스타일 등을 전담하는 기자들이 있지만 그들도 대부분 특정 출입처로 출근하지 않고 AFP 사무실로 출근한다.
독일도 기자 '출입처' 개념은 한국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독일 뉴스통신사 dpa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 부처 및 정부 기관들은 건물 안에 기자실(프레스룸)을 별도로 두지 않는다.
기자들이 상주하며 취재와 기사작성을 할 공간이 정부 부처 안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 발표 등이 해당 정부 청사 복도나 '접견실 앞' 등에서 이뤄질 때가 많다.
정부의 발표가 끝나면 기자들은 기사 작성을 위해 곧바로 해당 정부 청사를 빠져 나온다는게 dpa 관계자 설명이다.
또한 독일에서는 기자들이 '호스트'(host·주최자)가 되어 정부 부처 당국자를 '게스트'(guest·손님)로 초청해 브리핑을 하게 하는 관행이 자리를 잡았다.
언론인과 언론사가 출자한 '연방기자회견협회(Bundespressekonferenz)'가 정부 대변인(월·수·금 주 3회), 정치인 등을 협회 건물로 불러 기자회견을 하게 한다.
이는 정부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가 아니라, 언론이 정부를 불러 놓고 정보를 공개하게 하는 형태로, 언론과 정부의 관계 설정 측면에서 시사점을 제공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은 물론 국무부, 국방부 등 정부 부처별로 출입기자 제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과 비교하면 출입처와 기자단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우선 개별 기자들이 특정 출입처보다는 국가안보 담당, 경제담당, 정치 담당 등 특정 영역 담당 기자로 자기 규정을 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기자가 특정 부처 기자실에 머무는 시간도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며 해당 부처가 기자단에 제공하는 취재 관련 편의 사항도 한국에 비해 적다.
미국에선 출입기자단이 있으나 진입 문턱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
주요 정부 부처엔 브리핑실과 기자실이 있는데 부처 출입증을 가진 기자는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청취할 수 있다.
다만 기자들이 상주하며 기사작성 등을 하는 기자실은 대체로 일정한 요건을 갖춘 매체 기자들에게만 지정석이 배정된다고 한다. 일본은 한국과 상황이 가장 유사하다.
대체로 주류 매체에 소속된 기자들은 자사로부터 특정 정부 부처, 기업 등 '출입처'를 배정받는다.
그러면 기자들은 관청별 기자클럽(한국의 출입기자단 개념)에 가입해 출입처가 제공하는 기자실(대부분 출입처 안에 존재)을 거점 삼아 취재 활동을 한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기자는 해당 관청의 브리핑실을 포함해 허용된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고, 공식 기자회견에 참가할 수 있지만 기자클럽에는 기존 회원사들의 동의 등 엄격한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기자클럽에 가입하지 못하면 클럽 회원사 안에서만 공유되는 중요 정보 또는 취재 기회에서 배제되기 마련이다.
단, 일본에서도 출입처 문화에 미세한 변화의 움직임이 존재한다.
교도통신 등 일부 매체는 출입처 제도는 유지하되, 여러 출입처를 넘나들며 취재할 수 있는 특별취재 조직을 만들어 출입처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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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실 문화와 한 쌍을 이루는 출입처 제도는 한국 언론의 오랜 관행이다.
정부 부처를 예로 들면 각 사에서 기자가 특정 부처 담당으로 정해지면 해당 부처(출입처) 대변인실 등 공보조직에 출입기자로 등록한다. 또 자신의 소속사가 출입기자단에 가입해 있다면 부처 기자실에 상주하며 취재 및 기사 작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KBS는 이 같은 '출입처 중심'에서 탈피해 '이슈 중심'으로 기자를 투입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군대에 비유하자면 특정 지역에 상주하며 그 지역을 지키는 '주둔군' 중심의 운영에서 필요한 곳에 수시로 유연하게 출동하는 '신속기동군'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한국 언론의 오랜 전통인 출입처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자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기자실(출입처 내 출입기자단의 상주 시설) 문화'와 '동전의 양면'인 출입처 제도는 그 나름의 효용이 있다.
기자들이 정부 부처 등 출입처에 상주하기 때문에 그곳의 동향을 밀착 감시할 수 있다. 출입처로부터 안정적으로 정보를 공급받을 수 있는 점, 출입처가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을 때 기자들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인 면으로 평가된다.
공간적 제약 등을 이유로 정부 주최 중요 행사에 모든 취재진을 수용할 수 없을 경우 소수의 기자가 대표취재를 해서 취재 내용을 공유하는 '풀'(Pool) 취재가 불가피한데, 풀 취재 시스템을 운용하는데도 부처별 출입기자단은 효율적이다.
반면, 기자단과 출입처간 '유착', 기성 기자단의 신생 매체에 대한 '폐쇄성', 기자단 소속 매체들의 담합성 보도, 여러 영역에 걸쳐 있는 복잡한 현안에 대한 유연하고 신속한 취재의 어려움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렇다면 외국 상황은 어떨까?
서방 주요국의 경우 한국에 비해 대체로 출입처 개념이 약화하는 추세다. 프랑스는 출입기자제를 부분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나, 점차 탈피해가는 추세다.
연합뉴스가 프랑스 뉴스통신사인 AFP에 문의한 결과, AFP는 근년 들어 특정 출입처에 상주하는 기자를 줄여가고 있다.
프랑스 국내 기관 중에서는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 총리실, 외무부, 의회, 파리 중앙재판소, 파리 경찰청 등 주요 뉴스와 발표가 쏟아지는 6개 기관에만 전담 출입기자를 두고 있다고 AFP 관계자가 밝혔다.
그 외 프랑스 내 대다수 AFP 기자들은 특정 출입처가 아닌 자사 사무실로 출근하며 정치, 경제, 생활문화 등 영역을 넘나드는 취재를 한다.
경제, 산업, 과학, 라이프스타일 등을 전담하는 기자들이 있지만 그들도 대부분 특정 출입처로 출근하지 않고 AFP 사무실로 출근한다.
독일도 기자 '출입처' 개념은 한국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독일 뉴스통신사 dpa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 부처 및 정부 기관들은 건물 안에 기자실(프레스룸)을 별도로 두지 않는다.
기자들이 상주하며 취재와 기사작성을 할 공간이 정부 부처 안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 발표 등이 해당 정부 청사 복도나 '접견실 앞' 등에서 이뤄질 때가 많다.
정부의 발표가 끝나면 기자들은 기사 작성을 위해 곧바로 해당 정부 청사를 빠져 나온다는게 dpa 관계자 설명이다.
또한 독일에서는 기자들이 '호스트'(host·주최자)가 되어 정부 부처 당국자를 '게스트'(guest·손님)로 초청해 브리핑을 하게 하는 관행이 자리를 잡았다.
언론인과 언론사가 출자한 '연방기자회견협회(Bundespressekonferenz)'가 정부 대변인(월·수·금 주 3회), 정치인 등을 협회 건물로 불러 기자회견을 하게 한다.
이는 정부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가 아니라, 언론이 정부를 불러 놓고 정보를 공개하게 하는 형태로, 언론과 정부의 관계 설정 측면에서 시사점을 제공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은 물론 국무부, 국방부 등 정부 부처별로 출입기자 제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과 비교하면 출입처와 기자단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우선 개별 기자들이 특정 출입처보다는 국가안보 담당, 경제담당, 정치 담당 등 특정 영역 담당 기자로 자기 규정을 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기자가 특정 부처 기자실에 머무는 시간도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며 해당 부처가 기자단에 제공하는 취재 관련 편의 사항도 한국에 비해 적다.
미국에선 출입기자단이 있으나 진입 문턱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
주요 정부 부처엔 브리핑실과 기자실이 있는데 부처 출입증을 가진 기자는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청취할 수 있다.
다만 기자들이 상주하며 기사작성 등을 하는 기자실은 대체로 일정한 요건을 갖춘 매체 기자들에게만 지정석이 배정된다고 한다. 일본은 한국과 상황이 가장 유사하다.
대체로 주류 매체에 소속된 기자들은 자사로부터 특정 정부 부처, 기업 등 '출입처'를 배정받는다.
그러면 기자들은 관청별 기자클럽(한국의 출입기자단 개념)에 가입해 출입처가 제공하는 기자실(대부분 출입처 안에 존재)을 거점 삼아 취재 활동을 한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기자는 해당 관청의 브리핑실을 포함해 허용된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고, 공식 기자회견에 참가할 수 있지만 기자클럽에는 기존 회원사들의 동의 등 엄격한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기자클럽에 가입하지 못하면 클럽 회원사 안에서만 공유되는 중요 정보 또는 취재 기회에서 배제되기 마련이다.
단, 일본에서도 출입처 문화에 미세한 변화의 움직임이 존재한다.
교도통신 등 일부 매체는 출입처 제도는 유지하되, 여러 출입처를 넘나들며 취재할 수 있는 특별취재 조직을 만들어 출입처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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