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말의 마지막 노래·먹보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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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 희망의 대륙 아프리카 지정학
▲ 말의 마지막 노래 = 울리히 라울프 지음, 강영옥 옮김.
말[馬]이 필수적인 존재였던 18세기 말부터 말과 인류가 이별하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의 시기를 대상으로 도시와 시골, 전쟁터와 연구실, 예술가의 작업실을 가로지르며 말의 존재가 인류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다. 도시에서 말은 근대의 경제 구조를 바꾸고 교통체계를 정비하게 했으며 농촌에서는 경작 방식을 바꾸고 시골의 풍경에 미를 더했다.
승마법은 '말을 탈 줄 아는 민족'과 '말을 탈 줄 모르는 민족'을 구분하고 그들 사이의 권력 관계를 재정의했다.
미국·스페인 전쟁 시기 자원 기병부대인 '러프 라이더스(rough riders)'를 이끌며 '카우보이' 별명을 얻은 시어도어 루스벨트나 백마를 타고 알프스를 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은 나폴레옹은 말의 이미지를 정치에 잘 활용한 경우다. 1889년 철학자 니체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마부에게 구타당하는 말을 보고 "형제여"라면서 주저앉아 통곡했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진 일화다.
말은 한때 전장의 핵심이었지만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총과 탱크에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라고 할 경마 스포츠는 유럽과 아랍 세계 사이의 교류와 우승마를 얻기 위한 품종개량을 활발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말에 얽힌 이 같은 흥미로운 역사와 함께 말의 해부학과 말 감정학, 수의학 등 말을 둘러싼 과학, 문학과 회화를 비롯한 예술에 비친 말 등 말에 관한 깨알 같은 지식을 담았다.
독일 문학 아카이브 마르바흐 소장으로 역사적 통찰과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문학적 소양이 돋보이는 논픽션과 에세이를 쓴 작가는 "인간과 말은 운명으로 엮인 동반자였으나 서로 갈 길을 가기로 하면서 '켄타우로스(말과 사람을 합성한 듯한 괴물) 공동체'는 해체되었다"고 썼다.
까치. 463쪽. 2만3천원. ▲ 먹보 여왕 = 애니 그레이 지음, 홍한별 옮김.
19세기 대영제국 전성기를 이끈 빅토리아 여왕의 생애를 음식이라는 소재로 조명한 '요리 전기'다.
빅토리아 여왕은 왕성하고 모험적인 식탐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시절 어머니 압박에서 벗어났을 때, 남편 앨버트 공과 사별했을 때, 스스로 죽음을 앞두었을 때 빅토리아 여왕이 먹은 음식, 먹고자 했던 음식에는 왕실의 관습과 여왕의 자세는 물론 빅토리아라는 한 인간의 욕망과 열정과 고뇌와 좌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국 음식과 식문화 역사 전문가인 저자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화려한 왕실의 식탁뿐만 아니라 매일같이 수많은 음식을 치열하게 차려낸 왕궁 주방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까지 묘사한다.
누가 요리를 했는지, 주방 시설은 어땠는지를 짚다 보면 왕궁의 음식이 궁 밖의 더 넓은 사회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책의 주제는 '빅토리아의 음식'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음식'으로 확장한다.
사회 곳곳에 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이 시대는 식품이 산업의 체계로 들어서고 다양한 코스 요리, 미식과 다이어트 등 본격적인 현대 식문화의 원형이 형성된 때다.
책은 빅토리아 여왕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를 다룬 10개 장 첫머리에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음식 레시피를 실었다.
현대 생활에 맞게 재구성한 레시피는 주석과 함께 부록으로 실었다.
클. 412쪽. 1만8천원. ▲ 인류의 기원, 희망의 대륙 아프리카 지정학 = 필립 휴건 지음, 김현권 옮김.
아프리카가 지닌 여러 모습을 상하·좌우·고저·내외·고금전후의 맥락에서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개발경제학과 국제정치경제학을 전공한 아프리카 전문가답게 인간 삶의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주제를 구체적 자료와 통계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하면서 아프리카의 실체를 보여준다.
먼저 아프리카 역사와 지리를 개괄적으로 분석한 뒤 지속가능한 개발의 관점에서 대두하는 안보, 환경, 인구, 사회 문제 등을 짚고 이어 아프리카와 국제관계, 지역통합, 국제협력 등에 관해 분석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임에도 아프리카는 전쟁, 질병, 기아가 먼저 떠오르는 비관적 이미지를 안고 있다.
저자는 그러나 아프리카의 모든 불행은 외부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외면적인 모습을 넘어 피사체 내부로 초점을 조정하면 아프리카의 장기적인 가치, 종교, 사회구조, 세계와의 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갈등과 사회 재구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저자는 변화하는 지정학적 상황에서 21세기 들어 아프리카는 유럽에서 아시아, 특히 중국으로 파트너를 다변화하고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지역으로 등장했으며 천연자원의 전략적 보고, 세계 경제의 전선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 말의 마지막 노래 = 울리히 라울프 지음, 강영옥 옮김.
말[馬]이 필수적인 존재였던 18세기 말부터 말과 인류가 이별하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의 시기를 대상으로 도시와 시골, 전쟁터와 연구실, 예술가의 작업실을 가로지르며 말의 존재가 인류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다. 도시에서 말은 근대의 경제 구조를 바꾸고 교통체계를 정비하게 했으며 농촌에서는 경작 방식을 바꾸고 시골의 풍경에 미를 더했다.
승마법은 '말을 탈 줄 아는 민족'과 '말을 탈 줄 모르는 민족'을 구분하고 그들 사이의 권력 관계를 재정의했다.
미국·스페인 전쟁 시기 자원 기병부대인 '러프 라이더스(rough riders)'를 이끌며 '카우보이' 별명을 얻은 시어도어 루스벨트나 백마를 타고 알프스를 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은 나폴레옹은 말의 이미지를 정치에 잘 활용한 경우다. 1889년 철학자 니체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마부에게 구타당하는 말을 보고 "형제여"라면서 주저앉아 통곡했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진 일화다.
말은 한때 전장의 핵심이었지만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총과 탱크에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라고 할 경마 스포츠는 유럽과 아랍 세계 사이의 교류와 우승마를 얻기 위한 품종개량을 활발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말에 얽힌 이 같은 흥미로운 역사와 함께 말의 해부학과 말 감정학, 수의학 등 말을 둘러싼 과학, 문학과 회화를 비롯한 예술에 비친 말 등 말에 관한 깨알 같은 지식을 담았다.
독일 문학 아카이브 마르바흐 소장으로 역사적 통찰과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문학적 소양이 돋보이는 논픽션과 에세이를 쓴 작가는 "인간과 말은 운명으로 엮인 동반자였으나 서로 갈 길을 가기로 하면서 '켄타우로스(말과 사람을 합성한 듯한 괴물) 공동체'는 해체되었다"고 썼다.
까치. 463쪽. 2만3천원. ▲ 먹보 여왕 = 애니 그레이 지음, 홍한별 옮김.
19세기 대영제국 전성기를 이끈 빅토리아 여왕의 생애를 음식이라는 소재로 조명한 '요리 전기'다.
빅토리아 여왕은 왕성하고 모험적인 식탐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시절 어머니 압박에서 벗어났을 때, 남편 앨버트 공과 사별했을 때, 스스로 죽음을 앞두었을 때 빅토리아 여왕이 먹은 음식, 먹고자 했던 음식에는 왕실의 관습과 여왕의 자세는 물론 빅토리아라는 한 인간의 욕망과 열정과 고뇌와 좌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국 음식과 식문화 역사 전문가인 저자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화려한 왕실의 식탁뿐만 아니라 매일같이 수많은 음식을 치열하게 차려낸 왕궁 주방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까지 묘사한다.
누가 요리를 했는지, 주방 시설은 어땠는지를 짚다 보면 왕궁의 음식이 궁 밖의 더 넓은 사회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책의 주제는 '빅토리아의 음식'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음식'으로 확장한다.
사회 곳곳에 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이 시대는 식품이 산업의 체계로 들어서고 다양한 코스 요리, 미식과 다이어트 등 본격적인 현대 식문화의 원형이 형성된 때다.
책은 빅토리아 여왕의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를 다룬 10개 장 첫머리에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음식 레시피를 실었다.
현대 생활에 맞게 재구성한 레시피는 주석과 함께 부록으로 실었다.
클. 412쪽. 1만8천원. ▲ 인류의 기원, 희망의 대륙 아프리카 지정학 = 필립 휴건 지음, 김현권 옮김.
아프리카가 지닌 여러 모습을 상하·좌우·고저·내외·고금전후의 맥락에서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개발경제학과 국제정치경제학을 전공한 아프리카 전문가답게 인간 삶의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주제를 구체적 자료와 통계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하면서 아프리카의 실체를 보여준다.
먼저 아프리카 역사와 지리를 개괄적으로 분석한 뒤 지속가능한 개발의 관점에서 대두하는 안보, 환경, 인구, 사회 문제 등을 짚고 이어 아프리카와 국제관계, 지역통합, 국제협력 등에 관해 분석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임에도 아프리카는 전쟁, 질병, 기아가 먼저 떠오르는 비관적 이미지를 안고 있다.
저자는 그러나 아프리카의 모든 불행은 외부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외면적인 모습을 넘어 피사체 내부로 초점을 조정하면 아프리카의 장기적인 가치, 종교, 사회구조, 세계와의 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갈등과 사회 재구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저자는 변화하는 지정학적 상황에서 21세기 들어 아프리카는 유럽에서 아시아, 특히 중국으로 파트너를 다변화하고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지역으로 등장했으며 천연자원의 전략적 보고, 세계 경제의 전선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