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시한' 앞두고 북미 긴장 고조…文대통령 촉진자역 '안갯속'

北 강경 행보에 트럼프 무력사용까지 거론…靑 내부서도 우려 감지
'벼랑 끝 전술' 가능성 열어두고 물밑 중재 노력 이어질 듯
한미, 비건 美 특별대표 이달 중순 방한 조율…비핵화 대화 전환점 될지 주목
북한이 이른바 미국에 '새 계산법'을 내놓으라고 한 '연말 시한'이 다가올수록 비핵화 이슈를 둘러싼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북한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데 대응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강경 대응의 여지를 열어두자 '강대강' 대치를 우려하는 기류가 확산하는 탓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는 동시에 '군사력'이라는 단어를 꺼내며 북한에 비핵화 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이 3차례 만났으나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로켓을 쏘는 걸 좋아해 나는 '로켓맨'이라고 부른다"며 "그에 대한 신뢰가 있고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군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말과 함께 "그럴 필요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무력 사용' 카드를 거론하는 한편,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인 2년 전에 사용했던 '로켓맨'이라는 단어도 입에 올렸다.

북미 정상 간 '좋은 관계'를 앞세워 톱다운 방식의 해결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엄연히 북한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할 만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청와대와 문 대통령에게 적잖이 부담스러운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초대형 방사포 연발 사격을 참관한 데 이어 2일에는 '중대 결단'을 내리기 전마다 찾은 백두산 삼지연군을 방문하며 대미 압박에 강도를 더하는 것도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서울평화회의' 축사에서 "한반도 상황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북미 간 비핵화 대화 양상에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가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며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탓에 운신할 폭이 좁아진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집권 반환점을 맞아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크게 보면 70년간의 대결을 평화로 바꿔내는 일이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교착에 답답한 심경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북미가 공언한 대로 연내 실무 협상을 거쳐 정상회담을 하려는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이고 남북관계에도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비핵화 해법과 관련한 양측의 접점을 찾는 데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미 대화가 진전되지 않아 답답하긴 하지만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애초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잇따른 북미의 강경 메시지가 대화 시기가 임박했을 때 나오는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물밑 조율' 등 비핵화 대화 재개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북미 협상의 미국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연내 방한을 한미 양국이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북미 간 대치가 가팔라지는 형국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입장 등을 공유하며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통화 등으로 직접 비핵화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