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 옥중경영' 프로야구 히어로즈 조사, 해 넘길 듯

KBO "이 전 대표 '하명' 받은 당사자 간 진술 엇갈려…조사 더 필요"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 의혹과 관련한 KBO 사무국의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구단 조사가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17일 "이 전 대표의 지시를 받고 히어로즈 구단을 경영한 것으로 알려진 당사자 간의 진술이 엇갈려 사실관계를 더 자세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연말연시에도 계속 관련자들을 더 철저히 조사할 참"이라며 올해 안에 조사를 매듭지을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18년 말 횡령죄가 확정돼 감옥에 갇힌 이 전 대표가 여전히 히어로즈 구단에 영향력을 행사 중이라는 보도가 올해 10월 터져 나오면서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KBO 사무국이 법원의 실형 선고 직후 이 전 대표의 영구 실격을 의결하고 이 전 대표의 직·간접적(대리인 포함) 경영 참여 방지책 등을 비롯한 구단 운영 계획안을 히어로즈에 요구했던 터라 충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박준상 전 히어로즈 대표, 회사 자문 변호사였던 임상수 변호사를 통해 구단 경영에 계속 간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전 대표의 옥중 경영 의혹을 구단 감사위원회에 제보한 임은주 부사장 또한 이 전 대표의 지시를 받았다는 제보가 나와 사실 규명은 더욱 꼬였다. 박 전 대표와 임 변호사는 히어로즈 구단을 떠났고, 임 부사장의 직무는 정지됐다.

법률·금융·수사 전문가로 구성된 KBO 조사위원회는 히어로즈 구단의 경위서를 받은 뒤 검토를 거쳐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관련자를 조사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임 변호사, 임 부사장 3인의 진술이 모두 달라 실체 파악에 애로를 겪고 있다.
허민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과 하송 히어로즈 신임 대표가 과연 이 전 대표의 옥중 경영을 몰랐느냐도 KBO 조사위가 규명해야 할 중대 사안이다.

허 의장은 이 전 대표의 영구실격 직후 히어로즈 구단의 투명한 경영을 감시하기 위한 사외 이사 겸 이사회 의장에 취임했다.

허 의장의 최측근인 하송 위메프 부사장은 히어로즈 구단의 부사장 겸 감사위원장으로 야구단과 인연을 맺었다.

하 부사장은 박준상 전 대표의 퇴임 후 히어로즈의 새 대표가 됐고, 이에 따라 허민 의장 측은 감시자에서 경영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하송 대표가 감사위원장 재직 시절에도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이 한창이었다는 제보가 나왔기에 사실로 확인되면 허 의장 세력은 책임 방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알고도 묵인했다면 히어로즈 구단 운영을 둘러싸고 허 의장과 이 전 대표 간 모종의 합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항간의 추론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강제 수사권이 없는 KBO가 양측의 실체를 규명하기엔 한계가 있어 야구팬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