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역사의 시작, 2천년 앞당겨야"

역사학자 이덕일 신간에서 주장

왕성한 저작활동뿐만 아니라 강연과 대중매체 기고를 통해 역사 대중화에 앞장서 온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사대주의 사관, 식민사관을 비판하면서 우리 역사의 지평을 확대할 것을 제안하는 책 '이덕일의 한국통사'(다산초당)를 펴냈다. 그에 따르면 한민족 역사의 시원은 황하문명보다 1천년 정도 빠른 요하문명의 핵심인 홍산문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상고시대 한국사의 범위가 시기상으로는 기원전 4천500년, 지리적으로는 현재 중국의 하북·요녕성과 내몽골자치구까지 미치게 된다.

막연한 민족 감정의 발로가 아니라 중국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 현지 발굴 결과, 고대 문헌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린 결론이다. 이런 민족사의 '외연확장'은 한국사를 '동이족 역사'의 일부로 보기 때문이다.

동이족은 우리 한족(韓族)뿐만 아니라 선비(몽골)족, 만주족(말갈·여진), 거란족 등을 모두 포괄하는 넓은 개념의 용어다.

같은 겨레인 이들은 모두 오랑캐로 내몰고, 우리 한족을 중국 한족(漢族)과 동일시한 중화 사대주의 사관과 이를 물려받은 식민사관이 득세하면서 한국사는 쪼그라들고 말았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이 책은 이밖에 242년 고구려 동천왕이 공격한 후한의 '요동'이 압록강 건너 단동이 아니라 지금의 내몽골 파림좌기이라거나 고구려의 영역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서쪽인 지금의 하북성 일대까지 뻗어 있었다고 지적한다.

또 신라·고구려·백제·가야가 모두 야마토 왜의 식민지였다는 일본사기의 주장은 전혀 검토할 가치가 없는 엉터리라고 일축하면서 오히려 신라·고구려·백제·가야가 일본 곳곳에 식민지 형태의 '분국'을 설치했다는 북한 김석형의 '분국설'이 일리가 있다고 소개한다.

이와 함께 고려 예종 2년(1107년) 윤관이 여진을 정벌하고 경계비를 세운 공험진(公嶮鎭)이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함흥평야 또는 길주 이남이 아니라 '두만강 북쪽 700리 지점'이라고 하는 등 곳곳에서 강단사학계와는 다른 주장을 내놓는다. 저자는 "단군조선 이래 이 땅의 여러 민족국가가 가졌던 천손(天孫) 사상은 자신들의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는 의미였으나 고려 중기 이후 사대주의 역사관과 이에 더해진 식민사관이 우리 민족의 정신을 크게 갉아먹었다"면서 "이제는 이 두 암적 요소를 극복한 새로운 역사관으로 한국 사회를 일변해야 한다"고 썼다.

다산초당. 572쪽, 2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