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청 "4·3 바로잡은 한국사 교과서 내년부터 사용"(종합)

교육청 4·3 집필기준 반영…광복·통일정부 수립과정의 필수 학습요소로

내년부터 제주4·3에 대한 기술이 개선된 한국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사용된다.
제주도교육청은 2020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교육청이 마련한 4·3 집필기준이 최종적으로 반영됐다고 16일 밝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공개된 8종(금성출판사·동아출판·미래엔·비상교육·씨마스·지학사·천재교육·해냄에듀)의 한국사 교과서에는 4·3이 광복과 통일정부 수립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학습요소로 반영됐다.

학습요소는 역사교과 교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핵심 요소를 말한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한국사 교과서에서는 4·3을 한국전쟁 전의 역사로 기술했다.

이러다 보니 4·3이 정부 수립에 반대한 폭동이나 좌우대립의 소요사태 등으로 규정됐고, 이로 인해 교과서 편찬 때마다 4·3 왜곡·폄하 등의 논란이 제기됐다.

기존 교과서를 보면 4·3은 1∼5차 교육과정(1954∼1987)에서는 '북한 공산당의 폭동'으로 기술됐고, 7차 교육과정(1997∼2007) 때는 민간인 희생에 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긴 했지만 2000년까지는 모든 교과서에서 4·3은 폭동으로 규정됐다. 2013년 역사왜곡 논란을 빚은 교학사 역사교과서에서도 4·3을 왜곡 서술해 반발이 일기도 했다.

도교육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4·3을 통일정부 수립 운동이 전개되던 시기에 일어난 민족사적 사건으로 새롭게 규정하기 위해 2017년 9∼12월 3개월간 '검인정 역사교과서 4·3 집필기준 개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용역을 통해 광복 이후 자주적 민족통일국가 수립 과정에서 4·3의 역사적 위상 설정, 정부 진상보고서를 토대로 4·3의 배경·전개 과정·의의를 객관적으로 서술, 진상규명과 관련자의 명예회복 과정에서 얻은 화해·상생·평화·인권의 가치를 드높이는 사례 등의 집필기준안 기본 방향을 도출했다. 이어 용역을 맡은 '2020 희망의 역사공동체'와 함께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을 대상으로 중·고교 교육과정 학습요소에 이런 집필기준안을 반영해줄 것을 지속해 요청했다.

그 결과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 기준 개정 시안에 4·3이 '8·15 광복과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의 학습요소로 반영됐다.
지난달 27일 최종 검정을 마친 한국사 교과서를 살펴본 결과 정부 진상조사보고서의 용어들이 사용됐고, 분량도 기존보다 훨씬 늘어나 설명이 충실해졌다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4·3의 흐름을 연표와 현장 사진 등으로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교과서, 4·3을 무엇이라고 부를지조차 정하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는 4·3평화공원의 백비를 다룬 교과서도 있으며, 소설 '순이 삼촌'과 영화 '지슬' 등 4·3을 소재로 한 문화콘텐츠가 함께 실린 교과서도 있었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에 4·3이 바르게 담긴 교과서를 보여드릴 수 있게 돼 매우 뜻깊다"며 "4·3이 더욱 상세하고 본질에 맞게 교과서에 실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주4·3평화재단은 "고교 한국사 교과서 대부분이 4·3 역사 기술을 대폭 개선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재단은 8종의 한국사 교과서가 과거의 이념적 기술에서 벗어나 4·3의 역사를 단독선거 저지와 통일정부 수립을 내세운 무장봉기로 규정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재단은 "정부 진상조사보고서 확정과 이를 토대로 한 도교육청의 4·3 집필기준 개발사업이 주효했다"며 "새로운 청소년 세대가 올바른 교과서로 4·3의 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전환의 시기가 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