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해 복구 여전히 난항…조은D&C 판결, 제도 허점 지적

8월 시행된 부패재산몰수법 세부 규정 없어 제역할 못해
700억원대 분양사기 혐의를 받는 부산 '조은D&C' 대표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은 피해자 구제를 위한 기존 제도가 아직도 얼마나 허술한지를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24일 조은D&C 사기 사건 판결문을 보면 검찰이 요청한 조은D&C 대표 차명 부동산 545억원에 대한 몰수 청구는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몰수 근거 중 하나인 배임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 점도 있지만, 부패재산몰수법에 근거한 몰수를 따져보기에 검사 측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판결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재판부가 여기서 판단을 멈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몰수 요건이 갖춰진 만약의 상황을 가정해 볼 때도 현행 제도적 허점 때문에 피해 복구가 어려울 수 있는 점도 이례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8월부터 사기 범죄로 피해를 본 사람이 범죄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범죄자가 빼돌린 재산을 국가가 찾아 돌려주도록 한 '범죄재산몰수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 피해 복구 절차와 관련한 구체적인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마련은 돼 있지 않아 사실상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내년 상반기가 돼야 구체적인 절차 등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한다.

재판부는 "세부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몰수 추징을 명하는 경우 민사절차에 의한 회복보다 오히려 피해 복구가 지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장인 정성호 부장판사도 선고 공판에서 피해자들에게 "검찰의 몰수 추징보단 직접 민사소송으로 여러 가지 조치를 통해서 권리를 보호 하시기 바랍니다"라면서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차명재산이나 재판기록에 나와 있는 내용 등을 열람해서 가압류 등 신속하게 피해 복구를 위한 조처를 해 보라"고 조언했다. 현재 검찰에서 몰수 보전 조치한 조씨의 차명 자산은 제도적 허점 속에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에게 채권이 있는 채권자의 처분 행위 등에 대해서는 검찰의 몰수 보전 조치가 효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검찰이 몰수 보존한 재산을 피해자들에게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비공개하고 있어 피해자가 자체적으로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번 판결에서 몰수 명령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검찰이 몰수 보전 조치는 여전히 효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재판이 확정돼야 효력이 상실되는데 검찰에서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