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차분한 성탄 전야…'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백화점·영화관 등 북적…곳곳서 온정의 손길도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쌀쌀한 날씨에도 서울 거리 곳곳은 성탄절과 연말 분위기를 즐기는 인파로 붐볐다.

올해는 수도권을 덮친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와 불경기 탓인지 예년보다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캐럴과 거리에 놓인 크리스마스트리가 연말 분위기를 띄웠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성탄절을 맞아 트리와 춤추는 산타 인형 등으로 장식됐다.

명동예술극장 앞에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상인들이 함께 만든 정글짐 모양의 '미디어아트 트리'도 놓였다.

꽃다발을 들고 손을 잡은 연인들과 작은 산타모자가 달린 머리띠를 쓴 여학생 등 성탄 전야 분위기를 한껏 누리는 시민들로 거리가 넘쳐났다. 명동의 한 백화점도 쇼핑하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특히 백화점 지하 케이크 매장에는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케이크 매장 앞에서 만난 장은영(36)씨는 "초등학생 딸을 위해 산타 얼굴 모양 케이크를 샀다"고 말했다. 명동성당에도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신자들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미사는 오후 10시 30분과 자정에 열리지만 예수가 태어난 마구간을 재현한 조형물과 대형 트리 등을 둘러보는 시민들로 일찌감치 북새통을 이뤘다.
마포구 홍대입구역 일대는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서울의 연말 분위기를 즐기러 온 외국인 관광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휴가를 내고 아내, 아들·딸과 함께 홍대입구를 찾은 싱가포르인 브라이언트 웡(38·직장인)씨는 "한국에서 처음 보내는 크리스마스인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차분한 분위기"라며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는 옷차림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탓에 마스크를 쓴 채 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많았다.

역 주변의 영화관과 대형 서점, 카페 등 실내 문화공간은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는 인파로 넘실댔다.

여자친구와 커플 패딩을 맞춰 입고 영화관을 찾은 대학생 신승원(23)씨는 "방탈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겨울왕국2를 보러 왔다"며 "날이 춥고 미세먼지도 걱정돼 주로 실내에서 데이트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따뜻한 손길도 이어졌다.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천주교 사랑평화의집에서 주최한 성탄 행사에 참여해 노숙인·쪽방 주민에게 선물과 도시락을 전달했다.

최 위원장은 "앞으로 쪽방촌 주민의 적정한 주거권 확보와 노숙인의 사회적 인식 개선 등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올해로 40년째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봉사를 해 왔다는 '코리아 산타 학교' 교장 이계춘(63)씨도 이날 강동구의 한 보육원을 찾아 50여명의 어린이에게 학용품 등의 선물을 나눠줬다. 이 교장은 "선물을 준비하느라 힘이 들기도 했지만, 환하게 웃으며 고마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무척 뿌듯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