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상 고온은 일시적…'따뜻한 겨울' 속단은 금물

올해 제주의 겨울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7일 제주의 낮 최고기온이 1923년 기상 관측 이래 97년 만에 1월 기록으로는 가장 높은 23.6도를 기록, 완연한 봄 날씨를 보였다. 제주의 곳곳에는 2월 중순에 피는 매화가 폈고, 3∼4월에 개화하는 매실꽃과 개나리가 피기 시작하는 등 한겨울에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달간 제주(제주시 건입동 기준)에 눈이 내린 날은 0일로, 최근 20년(1999∼2018) 평균(6.2일)보다 적었다.

1월에 접어들었음에도 첫눈조차 내리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제주의 12월과 1월 평균 기온을 보면 2010년 7.1/5.3도, 2011년 7.1/2.3도, 2012년 6.6/5.4도, 2013년 8.1/5.6도, 2014년 7.3/6.8도, 2015년 10.0/7.4도, 2016년 9.5/6.1도, 2017년 7.2/6.6도, 2018년 8.7/4.9도, 2019년 9.7/6.4도 등이다.

등락을 거듭하며 전체적으로 상승하고는 있지만, 제주의 겨울이 갈수록 따뜻해지고 있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봄과 같은 기록적인 겨울 기온을 기록한 것에 대해 "태평양으로부터 따뜻한 공기가 남서풍을 타고 유입, 한라산을 넘어오면서 제주지역 기온이 일시적으로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자정을 기해 기온이 떨어지면서 평년 겨울 기온을 보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겨울이 따뜻해지고 있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일부 사례를 토대로 지구 온난화 때문에 겨울철 기온이 대폭 오른다거나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로 바뀐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며 "아열대 기후에선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는 없다는 게 통설이나, 한반도는 매서운 겨울 한파가 종종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 고온 현상은 간혹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2월 25일 영국 웨일스의 트로스고드에서는 2월 기온 사상 처음으로 20.6도를 기록,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한겨울 기온이 20도를 넘었다.
2018년 겨울 일본 열도에도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일본 전국의 926개 관측지점 중 오키나와(沖繩)와 규슈(九州), 간토(關東) 등지의 66개 지점의 기온이 12월임에도 여름날씨를 보였다.

도쿄도 네리마(練馬)구의 최고 기온이 25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오사카(大阪) 야오(八尾)시가 26.1도를 기록했다. 각국의 기상청은 지리적 영향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 또는 엘니뇨 발생 등에 따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