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피격 여객기 배상금 지급, 미국 제재로 복잡해질 수도

금융기관 송금중계 거부할 수도…美재무부 허가 받아야 가능
한국 등 해외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금 활용 아이디어도
이란 혁명수비대의 대공 미사일에 격추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희생자 176명의 유족에게 이란 정부가 지급해야 할 배상금의 송금이 미국의 제재로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이란은 미국의 강력한 금융 제재로 외국 은행과 거래가 사실상 끊긴 만큼 많게는 총액이 1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되는 사망 피해 배상금과 우크라이나 정부 및 항공사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의 송금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희생자 가운데 절반 정도인 82명은 이란인이어서 이란 리알화로 지급하면 되지만 캐나다, 우크라이나 등 외국 국적자에게는 은행 경로로 배상금을 해외 은행에 송금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국제 제재 전문 신동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이론적으로는 피해자 측이 미국 달러화로 받지 않겠다고 하면 이란이 보유한 유로화나 영국 파운드화로 지급하면 미국의 제재에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달러화로 받기 원하면 송금에 관여하는 미국 금융기관이 대이란 제재 위험 탓에 중계를 거부할 수도 있다"라며 "이럴 경우 미국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국(OFAC)에서 이 거래에 한해 특정허가(Specific license)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로 송금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중계하는 유럽의 대형 은행이 미국 재무부에 제재 저촉 여부를 확인하려 할 것이고 이에 대해 미국이 부정적으로 회신한다면 배상금 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 등 해외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수출대금을 인출하거나 미국이 이란은행이 미국의 은행결제시스템을 이번 사건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접속을 허용하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는 미국 정부가 '키'를 쥔 방법인 탓에 이란에서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