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이영민 한국벤처투자대표 "대형 '유니콘 육성 펀드' 2~3개 조성"

올해 역대최대 예산 배정받아
'소·부·장' 분야에도 600억 출자
▶마켓인사이트 1월 13일 오후 2시26분

“올해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정부 기관인 한국벤처투자 이영민 대표(사진)는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 발전에는 필요하지만 민간에만 맡겨 두면 취약한 부분을 메꿔주는 것이 한국벤처투자의 역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코웰창업투자 등 벤처캐피털(VC) 대표와 서울대 벤처경영기업가센터 산학협력교수 등을 거쳐 작년 9월부터 한국벤처투자를 이끌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역대 최대인 8000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올해 모태펀드의 벤처투자 자금 공급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는 “당초 정부안 1조원에 비해 다소 깎였지만 정부가 벤처투자를 지원한다는 시그널(신호)을 민간에 보내는 데 충분한 규모”라며 “올해 한국벤처투자는 시장 상황을 봐 가며 작년(약 1조원)보다 10~30% 늘어난 수준에서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올해 역점을 둘 출자 사업에 대해서는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이른바 ‘스케일업(scale-up)’ 투자를 우선 꼽았다. 이 대표는 “운용사 두세 곳이 모태펀드 출자금과 민간 자금을 합쳐 각각 수천억원 규모의 대형 스케일업 펀드를 조성하도록 지원하겠다”며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된 국내 벤처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망한 기업을 선별하고 유니콘 기업을 키우는 것은 전적으로 시장 몫”이라며 “한국벤처투자는 그런 선구안을 가진 훌륭한 운용사를 발굴·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소부장 분야의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국가의 산업전략적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올해 모태펀드를 통해 600억원 안팎을 소부장 분야에 출자할 계획”이라고 했다.코스닥시장 침체로 VC들의 투자금 회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벤처투자 회수 방안으로 우리는 상장(IPO)을 우선 떠올리지만 미국 등 선진국처럼 인수합병(M&A) 시장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현실적으로 국내 벤처기업 M&A를 할 곳은 대기업밖에 없지만 정작 대기업들은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편입 문제, 기술 탈취 오해 등으로 해외 매물만 찾고 한국 벤처기업을 외면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벤처기업 M&A를 보다 쉽게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은행들이 너도나도 계열사 VC를 설립하는 것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은행들은 그동안 벤처펀드의 핵심 출자자 역할을 해왔는데 은행들이 계열사 VC에 자금 배분을 집중하면 비(非)은행계 VC들은 자금을 모으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연기금, 공제회 등 다른 벤처펀드 출자자들과 협의해 비은행계 VC들의 펀드 결성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호흡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력을 갖춘 벤처 창업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수나 대기업 연구원 등 고학력 전문가들 창업에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며 “특히 한국에서 예산이 가장 많은 교육부가 교수나 연구원들의 창업 쪽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