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교육장관 대학원 논문 표절 의혹…야권 사퇴 공세

초·중·고교 정책을 총괄하는 이탈리아의 교육장관이 논문 표절 의혹에 휘말려 현지 정가가 시끌시끌하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13일(현지시간) 연립정부의 한 축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소속 루치아 아촐리나 신임 교육장관의 석사 논문에 다수의 표절 문장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논문은 아촐리나 장관이 2009년 피사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할 당시 쓴 '우울장애와 연관된 가벼운 정신지체 사례 연구'이다.

신문은 41쪽 분량의 해당 논문에 표절로 의심되는 부분이 상당수 발견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논문 초반 3쪽 가운데 절반가량이 출처 표기 없이 다른 전문가의 글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지적이다. 아촐리나 장관은 표절 의혹을 부인했지만, 극우 정당 동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아촐리나 장관의 즉각적인 사임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공세를 취했다.

동맹 대표 마테오 살비니는 이탈리아의 교육을 책임진 장관이 논문 표절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교육장관은 당장 짐을 싸 집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극우정당 '이탈리아 형제들'(FdI) 소속 상원의원 니콜라 칼라드리니도 "우리 학생들에게 매우 나쁜 사례를 보여줬다"며 장관직 사퇴를 촉구했다. 동맹이 주도하는 우파 연합은 아촐리나 장관을 의회에 출석 시켜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함께 연정을 떠받치는 범여권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새 중도파 정당 '이탈리아 비바'(IV)를 이끄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오성운동의 일상적인 이중 잣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렌치 전 총리는 작년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한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을 떠나 테레사 벨라노바 농업장관 등 일부 민주당 탈당파와 함께 IV를 창당한 인물이다.

현지 정가에서는 추락하는 지지율 속에 상·하원 일부 의원들이 잇달아 탈당하는 등 내홍을 겪는 오성운동에 이번 사태가 또 하나의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촐리나 장관은 교육부 차관으로 일하다가 작년 말 같은 당 소속 로렌초 피오라몬티 장관이 교육 재정 확대 방안이 배제된 내년 예산안이 확정된 데 반발해 사임하자 장관으로 승진 임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