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안보이는 대관령보다 높은 경사 신모라 내리막길…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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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도로 개설 후 크고 작은 사고…그때마다 땜질식 처방
전문가들, 제한속도 낮추고 5t 이상 차량 제한도 검토 필요 15일 부산 사상구청 회의실에서 부산시, 부산경찰청, 사상경찰서, 사상구청,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들이 부산 신모라교차로 사고 예방을 위해 1년여만에 다시 마주 앉았다. 현장을 둘러보고 또다시 공포의 내리막길 대형화물차 사고를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 '마의 구간' 백양터널∼신모라사거리
"백양터널 요금소에서 신모라 사거리 쪽으로 500m 떨어진 지점에서 내리막길을 달리던 4.5t 카고크레인 트럭이 앞서가던 트럭을 충격해 6명이 다쳤다.
"
지난 2006년 7월 당시 언론 보도 내용이다. 15년이 지난 2020년에도 같은 뉴스가 반복되고 있다.
백양터널이 완공된 1998년부터 크고 작은 사고는 계속 이어졌고 그때마다 안전대책이 반복적으로 발표됐다.
2017년 교통안전 시범도시 사업 1단계 구간으로 선정돼 사업비 7억4천800만원이 들어가 교통안전 시설물이 대폭 강화되고 도로포장도 됐다. 2018년 대형화물차가 유치원 통합버스를 들이받은 사고 이후 또다시 사업비 1억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 대관령보다 높은 경사도…"육안으로는 심각성 몰라"
경찰은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서 아직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운전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목격자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국과수에 차량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며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번 사고 원인을 사고 장면 영상만 봤을 때는 기존 신모라교차로 사고 유사한 패턴인 브레이크 파열로 인한 미작동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신모라사거리 사고 예방 컨설팅에 참여했던 임창식 도로교통공단 박사는 "핸들을 움직이고 운전자가 경적을 울렸지만, 급제동으로 인한 타이어 자국인 스키드마크는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충돌 직전 브레이크가 파열로 작동 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양터널 요금소∼신모라 교차로 구간 중 약 900m 구간은 16∼17%(약 10도) 경사도를 보이는데 도로법상 도로 허가 기준에 가까스로 충족할 정도로 가파르다.
하지만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길지 않아 맨눈으로는 운전자들이 위협적인 도로라고 느끼지 못한다.
실제 대관령 도로 경사도가 백양터널 요금소∼신모라교차로 구간보다 경사도보다 낮지만 구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경사도가 큰 거처럼 운전자가 느낀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 에어식 브레이크 장착 노후차에 치명적 구간
이와 같은 이유로 백양터널을 지나는 대형화물차 운전자들은 자칫 속도를 줄이는 것을 깜박한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태생적인 도로 자체의 한계와 더불어 사고 직전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사고 경험이 있는 차량 운전자들이 대부분 연식이 10년 이상된 에어식 브레이크를 장착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임 박사는 "사고 유형을 분석했을 때 운전자들이 대부분 사고 직전 브레이크가 작동 안 했다고 말한다"며 "특히 에어식 브레이크를 장착하고 10년 이상 된 차들이 사고 발생이 빈번해 차량 검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관계기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 땜질 처방 말고 근본 대책은… 통행 제한이 답?
이날 관계기관은 대책 회의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시속 40㎞로 제한 속도 하향, 저단 기어 이용을 안내하는 디스플래이 발광형 표지판 설치, 속도 감시카메라 추가 설치 등을 논의했다.
속도 하향은 지난해 대책 마련 때 논의됐다가 속도를 갑자기 줄이려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보류된 대책이었다.
하지만 부산 전역 도로가 50㎞로 제한속도가 변경된 만큼 관계기관들은 속도제한 강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또 장기 대책으로 백양터널∼당감동 도로처럼 5t 이상 트럭 통행 제한 의견도 나왔다.
2004년 7월 백양터널∼신모라사거리 반대 방향인 백양터널∼당감동 도로는 연쇄 추돌 사고와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해당 구간 5t 트럭 운행을 제한했고 이후 사고는 감소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우회도로가 마땅히 없어 추가 도로 개설이 선행되지 않는 한 사실상 당장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 박사는 "사실상 근본 대책은 5t 이상 화물차 통행 제한인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고 우회도로 신설 등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 대책으로 건의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 중립 기어나 브레이크를 밟으며 내려오지 말고 1·2단 저단 기어로 내려와야지 브레이크 파열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제한속도 낮추고 5t 이상 차량 제한도 검토 필요 15일 부산 사상구청 회의실에서 부산시, 부산경찰청, 사상경찰서, 사상구청,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들이 부산 신모라교차로 사고 예방을 위해 1년여만에 다시 마주 앉았다. 현장을 둘러보고 또다시 공포의 내리막길 대형화물차 사고를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 '마의 구간' 백양터널∼신모라사거리
"백양터널 요금소에서 신모라 사거리 쪽으로 500m 떨어진 지점에서 내리막길을 달리던 4.5t 카고크레인 트럭이 앞서가던 트럭을 충격해 6명이 다쳤다.
"
지난 2006년 7월 당시 언론 보도 내용이다. 15년이 지난 2020년에도 같은 뉴스가 반복되고 있다.
백양터널이 완공된 1998년부터 크고 작은 사고는 계속 이어졌고 그때마다 안전대책이 반복적으로 발표됐다.
2017년 교통안전 시범도시 사업 1단계 구간으로 선정돼 사업비 7억4천800만원이 들어가 교통안전 시설물이 대폭 강화되고 도로포장도 됐다. 2018년 대형화물차가 유치원 통합버스를 들이받은 사고 이후 또다시 사업비 1억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 대관령보다 높은 경사도…"육안으로는 심각성 몰라"
경찰은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서 아직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운전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목격자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국과수에 차량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며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번 사고 원인을 사고 장면 영상만 봤을 때는 기존 신모라교차로 사고 유사한 패턴인 브레이크 파열로 인한 미작동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신모라사거리 사고 예방 컨설팅에 참여했던 임창식 도로교통공단 박사는 "핸들을 움직이고 운전자가 경적을 울렸지만, 급제동으로 인한 타이어 자국인 스키드마크는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충돌 직전 브레이크가 파열로 작동 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양터널 요금소∼신모라 교차로 구간 중 약 900m 구간은 16∼17%(약 10도) 경사도를 보이는데 도로법상 도로 허가 기준에 가까스로 충족할 정도로 가파르다.
하지만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길지 않아 맨눈으로는 운전자들이 위협적인 도로라고 느끼지 못한다.
실제 대관령 도로 경사도가 백양터널 요금소∼신모라교차로 구간보다 경사도보다 낮지만 구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경사도가 큰 거처럼 운전자가 느낀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 에어식 브레이크 장착 노후차에 치명적 구간
이와 같은 이유로 백양터널을 지나는 대형화물차 운전자들은 자칫 속도를 줄이는 것을 깜박한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태생적인 도로 자체의 한계와 더불어 사고 직전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사고 경험이 있는 차량 운전자들이 대부분 연식이 10년 이상된 에어식 브레이크를 장착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임 박사는 "사고 유형을 분석했을 때 운전자들이 대부분 사고 직전 브레이크가 작동 안 했다고 말한다"며 "특히 에어식 브레이크를 장착하고 10년 이상 된 차들이 사고 발생이 빈번해 차량 검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관계기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 땜질 처방 말고 근본 대책은… 통행 제한이 답?
이날 관계기관은 대책 회의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시속 40㎞로 제한 속도 하향, 저단 기어 이용을 안내하는 디스플래이 발광형 표지판 설치, 속도 감시카메라 추가 설치 등을 논의했다.
속도 하향은 지난해 대책 마련 때 논의됐다가 속도를 갑자기 줄이려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보류된 대책이었다.
하지만 부산 전역 도로가 50㎞로 제한속도가 변경된 만큼 관계기관들은 속도제한 강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또 장기 대책으로 백양터널∼당감동 도로처럼 5t 이상 트럭 통행 제한 의견도 나왔다.
2004년 7월 백양터널∼신모라사거리 반대 방향인 백양터널∼당감동 도로는 연쇄 추돌 사고와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해당 구간 5t 트럭 운행을 제한했고 이후 사고는 감소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우회도로가 마땅히 없어 추가 도로 개설이 선행되지 않는 한 사실상 당장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 박사는 "사실상 근본 대책은 5t 이상 화물차 통행 제한인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고 우회도로 신설 등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 대책으로 건의한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 중립 기어나 브레이크를 밟으며 내려오지 말고 1·2단 저단 기어로 내려와야지 브레이크 파열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