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당, '최악의 20대 국회' 오명 두고 '네 탓' 공방

선거방송토론위 1차 정책토론회…"태극기부대에 점령" vs "청와대 시녀"
4·15 총선이 89일 앞으로 다가온 17일 여야 5당은 '최악의 20대 국회'란 오명을 쓴 것에 대해 고개를 숙이면서도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네 탓'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정의당 등 여야 5당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KBS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제21대 총선 제1차 공직선거정책토론회에서 '제20대 국회 평가와 정치 개혁 방안'을 주제로 맞붙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박정 의원은 "20대 국회는 여야 간 정쟁에 의해서 민생이 희생된 국회였다.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선 "민주당이 의석 손해를 감수하고 양당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임했다"며 "야당들이 합해서 여당과 경쟁을 통한 좋은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못한 것은 한국당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국민은 지금까지 보도듣도 못한 '4+1'이란 끔찍한 혼종을 목격했다"며 "집권여당에 대해선 '청와대의 시녀', '여의도 센터' 같다고 평가한다"고 비판했다.

백 의원은 "민주당이 2천200만 국민을 대표해 108석을 가진 우리 당을 무시하고 선거법을 처리하겠느냐 싶었는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올라갔다"며 "그 속에서 협상 기회를 놓치게 된 부분은 전략적으로 두고두고 생각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임재훈 사무총장은 "국회가 사랑, 존경이 아닌 원성과 지탄의 대상이 된 것에 석고대죄하는 심정"이라며 "한국당은 아무런 대안이 없고, 민주당은 자기 것 챙기기만 급급했지만 제3당의 역할이 있어서 개혁 법안이 통과됐다"고 자평했다.

새보수당 정운천 공동대표는 "국민이 알 수도 없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괴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됐는데 20대 국회가 좋은 평가를 받겠느냐"고 지적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국회가 시끄러운 것은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지만, 20대 국회는 싸우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 문제였다"면서 "한국당이 태극기 부대에 점령돼서 협상에 나오질 않으니 동물 국회라는 불상사가 나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반도 정세와 외교 안보 정책'을 두고서도 여야는 입장이 갈렸다.

박정 의원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정체된 면이 있지만, 북한 비핵화에 대한 큰 흐름이 시작됐다"고 분석했고, 백승주 의원은 "북한 눈치 보기를 과감하게 끊고 당당하게 핵 폐기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훈 사무총장은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또는 보상', 정운천 공동대표는 '한미동맹 강화', 김종대 의원은 '남북교류 등 과감한 돌파구'를 각각 강조했다. 2차 정책토론회는 경제를 주제로 내달 24일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