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록으로 본 경영철학…"백화점은 경제의 거울", "큰일을 하려면 작은 일도 알아야 한다"

“저의 기업 이념은 품질본위와 노사협조로 기업을 통해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것입니다.”(1967년 한국 롯데제과 설립 기념사)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25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처음 한 말이다. 그는 자신이 이룬 성과 대신 ‘사명감’을 말했다. 신 명예회장이 생전에 남긴 어록을 통해 그가 강조했던 경영철학을 짚어봤다.“큰일을 하려면 작은 일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는 유명한 말이다. 그는 1983년 인터뷰 중 껌에 대해 자세히 말하며 이렇게 말했다. “껌은 23개 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 1만5000종 중 하나일 뿐이다. 나는 그 1만5000가지 제품의 특성과 생산자 그리고 소비자가격을 알고 있다”고 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백화점은 한 나라의 경제를 보여주는 거울이다”는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비싸다고 다 비경제적인가? 백화점은 한 나라의 경제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한국을 대표할 롯데백화점은 한국의 위상을 재는 바로미터라 생각하며, 선진국 수준의 품격있는 백화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1979년 일이다.

경영원칙도 스스로 밝혔다. 2004년 일본 다이아몬드지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경영원칙은 세 가지다. 이해가 되지 않는 사업에는 절대로 손대지 않고, 이해가 되는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철저히 조사하고 준비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업에 실패해도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금을 차입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그는 잘 모르는 사업을 하지 않는 이유도 말했다. 1999년 한 인터뷰에서 “잘 모르는 사업을 확장 위주로 하면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고객이든 협력업체든, 적어도 롯데와 거래하면 손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책임도 강조했다. “기업인은 회사가 성공할 때나 실패할 때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야 한다. 그래야 신중해지고 보수적이 된다. 한국 기업인은 과감하긴 한데 무모하게 보일 때도 있다”며 신중한 경영을 당부했다.

롯데 직원이 갖춰야 할 덕목도 직접 언급했다. “정직 봉사 정열을 가진 사람이 되자. 정직은 이성의 작용이요, 봉사는 의지의 표현이며, 정열은 감정의 실현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