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만 내면 바로 합격"…지방 전문대, 씁쓸한 홍보

경쟁률 1 대 1 안되는 곳 속출

의료·보건계열은 높은 경쟁률
"산업계 수요 맞춰 학과 개편
새 교육과정 개발해야 활로"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지방 전문대학의 신입생 모집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전국 전문대의 2020학년도 정시 전형 원서접수가 지난 13일 종료된 가운데 전년도와 비교해 경쟁률이 반 토막 난 학교가 속출했다. 일부 전문대는 지원 경쟁률이 1 대 1에도 미치지 못해 정시 추가모집에서 사실상 돈만 내면 무조건 합격시켜주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충북 음성군에 있는 전문대학인 강동대에 따르면 이 학교는 14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바로합격 가능 학과’를 홍보하고 있다. 자동차튜닝과, 항공서비스과, 소방안전과 등 5개 전공계열 14개 학과가 대상이다. 강동대는 공지사항에서 ‘수능 0점도 선발’ ‘지원 즉시 합격 가능’ 이라고 안내했다. 13일까지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해 자격을 따지지 않는 신입생 추가 모집에 나섰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평균 경쟁률이 1 대 1에 미치지 못한 전문대도 나오고 있다. 강원관광대의 정시 전형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1.18 대 1에서 올해 0.77 대 1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강릉영동대(2.96 대 1→1.66 대 1) △대구과학대(9.9 대 1→2.7 대 1) △호산대(3 대 1→1.4 대 1) 등도 경쟁률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전문대는 정시 모집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충북의 한 전문대에서 입학 업무를 보고 있는 A교수는 “학생 수 감소의 유탄이 전문대로 먼저 튀는 모습”이라며 “도시와의 접근성이 낮은 전문대부터 서서히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학령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만큼 전문대가 살아남기 위해선 산업계 수요에 맞는 학과 개편과 교육 과정 개발 등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전문대 정시 모집에서도 취업에 유리한 일부 전공은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의료·보건계열 학과의 지원 경쟁률이 특히 높았다. 강원 춘천에 있는 한림성심대 의무행정과의 이번 정시 전형 지원 경쟁률은 21 대 1에 달했다. 송곡대 간호학과 역시 경쟁률이 15.2 대 1로 나타났다. 바로합격 가능 학과를 안내했던 강동대도 물리치료학과와 간호학과의 경쟁률이 각각 30 대 1, 15.5 대 1로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됐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