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사스처럼 박쥐에서 발원…전염성 매우 높아"(종합)

시장서 팔린 야생동물 매개로 인간에 전염된 듯
SCMP "우한 폐렴 위험성, 과소평가됐을 가능성"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우한 폐렴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처럼 박쥐에서 발원했으며 전염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가오푸(高福) 센터장은 이날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우한 폐렴을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와 매우 높은 유사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 질병관리본부도 중국이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사스 바이러스와 상동성이 89.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상동성은 유전자가 유사한 정도를 나타낸다. 중국과학원 상하이파스퇴르연구소와 군사의학연구원 연구자들은 전날 학술지 '중국과학: 생명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우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숙주는 박쥐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 바이러스가 큰박쥐(fruit bat)에서 발견되는 'HKU9-1 바이러스'를 공통 조상으로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박쥐와 인간 사이를 매개하는 미지의 중간숙주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스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이 사향고양이를 통해 다시 사람에게 전파됐다.

가오푸(高福)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의 화난(華南)수산시장에서 팔린 야생동물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한 폐렴의 진원지로 알려진 이 시장은 겉으로는 수산물을 팔지만, 시장 내 깊숙한 곳에서는 뱀, 토끼, 꿩 등 각종 야생동물을 도살해 판매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바이러스 균주가 어떻게 인간의 호흡기 내 세포와 상호작용하는지 추정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사스와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ACT3'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사스보다는 약하지만, 우한 'CoV(코로나바이러스) S-단백질'은 인간 세포수용체인 'ACE2'와 강한 결합력을 갖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사스와 구조적으로 다르지만, 이러한 강력한 결합력을 갖는다는 것이 가장 놀랍다"고 밝혔다.

이어 단백질 결합에 따라 인간 호흡기의 상피세포가 감염된다고 설명했다.

결합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성이 매우 높을 수 있다는 뜻이다.

SCMP는 "이번 연구 결과는 우한 폐렴의 위험이 과학계에 의해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우한 폐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도 제시됐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한 과학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이며, 이는 이 바이러스가 천연두와 같은 DNA 바이러스보다 1천 배 이상 빠른 변이 속도를 갖는다는 것을 뜻한다"고 SCMP에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