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온 김일성대 학생들, 우한 폐렴 사태에 귀국길 '험난'

베이징-평양 항공편 중단…베이징서 발묶일 가능성도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독일 베를린으로 연수 온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및 학생들의 귀국길이 험난하게 됐다. 26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4일 베를린자유대 계절학기 참가차 베를린에 온 김일성종합대학 도이칠란트어문학과 학생 12명과 교수 2명은 현지 일정을 마치고 전날 오후 출국했다.

이들은 애초 우한 폐렴 사태가 확산하기 전만 해도 터키 이스탄불과 중국 베이징을 거쳐 항공편으로 북한 평양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우한 폐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최근 자국민을 포함한 외국인의 베이징발 항공편 입국을 금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귀국길이 여의치 않게 됐다. 북한은 중국 관광객의 입국을 중단했고, 자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중국 여행을 잠정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북한 교수 및 학생들은 베를린자유대 측과 협의해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평양에 돌아가는 방법도 검토했으나, 비자 문제로 무산됐다.

어쩔 수 없이 북측 교수 및 학생들은 일단 항공편을 이용해 베이징으로 간 뒤 열차를 타고 북한 국경지대까지 이동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열차 이용으로 인해 귀국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베를린에서 출발해 평양에 도착할 때까지 적어도 4∼5일은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우한 폐렴 사태가 급박히 전개되고 있어 이마저도 실행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이날 베이징과 다른 도시를 오가는 시외버스 운행을 중단하는 등 시시각각 우한 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베이징에서 발이 묶일 수도 있는 셈이다.

김일성종합대학 학생 및 교수들의 연수를 담당한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의 이은정 교수는 "남북교류가 이뤄지는 상황이었다면, 학생들이 인천공항에 내려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으로 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은 베를린자유대 초청으로 최근 3주간 계절학기를 수강했다.

이들의 베를린 연수는 국제적인 대북제재의 범위 밖으로, 학술 교류 차원에서 이뤄졌다. 김일성종합대학과 베를린자유대는 지난 2018년 학술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