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향한 무한경쟁 시작된 태극전사들 '자리는 15개뿐!'

U-23 챔피언십 대표 선수들, 와일드카드 뺀 '15명 엔트리 확보 경쟁'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과 한국 축구 역대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을 달성한 김학범호 태극전사들이 숨돌릴 틈도 없이 '꿈의 올림픽 무대'에 나서기 위한 생존 경쟁을 시작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대표팀은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2020 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정태욱(대구)의 헤딩 결승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미 결승 진출로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 김학범호 태극전사들은 우승 트로피를 안고 28일 새벽 귀국길에 오른다.

하지만 우승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태극전사들은 도쿄올림픽에 나설 최종엔트리 18명에 포함되기 위한 더 뜨거운 내부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번 대회에 소집된 선수는 23명이다.

하지만 올림픽 엔트리는 18명뿐이다. 올림픽 대표팀은 골키퍼 2명과 필드 플레이어 16명으로 구성된다.

올해 도쿄 올림픽에는 1997년 1월 1일 이후 출생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올림픽은 23세를 넘는 선수를 3명까지 내보낼 수 있는 '와일드카드' 제도가 있어서 김학범호에 뛰었던 선수들이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을 기회는 더 줄어든다. 18명의 올림픽 엔트리에서 와일드카드 3명을 제외하면 15명의 자리만 U-23 선수들에게 돌아간다.

결국 수치로만 따지면 이번 대회에 나섰던 23명의 선수 가운데 8명은 '꿈의 무대'에서 탈락하게 된다.

소속팀의 반대와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한 이강인(발렌시아)과 백승호(다름슈타트) 등을 고려하면 '김학범호 태극전사'들의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이 3장의 와일드카드를 모두 쓸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A대표팀에서 활약하는 기량 좋은 선수를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김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도 3장의 와일드카드를 모두 소진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철저한 '로테이션 전술'을 썼다.

누가 베스트 11일지 모를 정도로 경기마다 큰 폭의 선수 변화를 이어갔고, 이를 통해 포지션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선수들의 윤곽도 어느 정도 완성했다.

도쿄올림픽에서 김 감독은 대표팀의 '척추 라인'인 스트라이커-수비형 미드필더-중앙 수비-골키퍼 등의 포지션에 와일드카드 선수를 기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측면 날개와 풀백 자원은 풍부한 만큼 대표팀의 중심축을 이루는 포지션에 와일드카드를 쓸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도 공격수 2명(손흥민·황의조)에 골키퍼 1명(조현우)을 와일드카드 자원으로 선발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오세훈(상주)과 조규성(안양)은 나란히 2골씩 기록하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결과를 냈다.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는 정승원(대구)보다 이동경(울산·2골)이 더 빛을 봤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원두재(울산)가 가장 돋보인 가운데 맹성웅(안양)과 김동현(성남)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측면 날개에서도 김대원(대구·1골)과 이동준(부산·2골)이 이름값을 했고, 기대를 모았던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좌우 풀백 역시 김진야(서울)와 이유현(전남)이 인상적인 플레이를 남긴 가운데 강윤성(제주)도 좌우 풀백을 모두 맡으면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했다.

중앙수비는 장태욱(대구), 이상민(울산)이 확실한 주전으로 인정을 받았다.

골키퍼는 특수 포지션의 영향으로 송범근(전북)이 6경기 모두 나서 '넘버 1' 골키퍼의 역할을 다했다.

김학범 감독이 어떤 선수를 와일드카드 재목감으로 '찜'을 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이미 2018년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를 다시 뽑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아시안게임 당시 황의조(보르도)를 선발해 '의리 논란'에 빠졌지만 깊은 신뢰로 황의조를 득점왕으로 만들었던 전례를 따지면 '깜짝 발탁'도 충분히 예상해볼 만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