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제주도 초긴장…관광시장 위축(종합)

유언비어 유포에 뒷북 정보…위기관리 시험대
전문가 "진실 신속 제공 대책본부 역할"…도, 비상대책본부 격상·방역 강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되면서 제주도의 위기관리 대응이 시험대에 올랐다. 제주에서는 현재까지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춘제(중국 설·1월 24∼30일)에 많은 중국인이 제주를 방문했고 관광을 위해 제주로 많은 중국인이 오가는 터라 우한 페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민 불안을 해소하고 확산하는 유언비어를 막기 위해 철저한 방역 대책과 함께 정확한 정보공개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유언비어 유포에 불안…정보제공 구멍
27일 도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우한 폐렴 증상자가 발생해 병원을 폐쇄했으니, 심각성을 알고 행동해달라"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와 퍼졌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00병원에서 우한 폐렴 의심 환자를 검사하고 있어 출입을 차단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자가 제주도를 통해 취재해 본 결과 우한 폐렴 증상자 발생에 대한 이들 게시글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중국 우한에서 6천500명이 무비자 지역인 제주도에 입국했다"는 게시글이 나돌고 있다.

우한에서 중국인이 대거 제주에 입국했다는 말도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다.

제주와 중국 우한간 항공편은 없으며 우한에서의 최근 입국자도 없다. 이러한 유언비어 발생은 1차 유포자의 책임도 있겠으나 제주도가 즉각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바람에 급속히 퍼졌다는 질타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 박근혜 정부 당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에 대한 정보 제공이 제한돼 유언비어가 퍼졌다는 반성에서 현 정부에서는 즉각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개선했다.

또 부산시 등에서는 이번 우한 폐렴과 관련한 의심 사례가 있으면 신속하고 자세히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고영철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명예교수는 "공중(사회의 대부분의 사람)은 불안감이 조성되면 정보를 신속히 얻기를 원한다"면서 "그래서 온라인 게시글이 구체적인 사례까지 언급하자 사실이 아닌데도 급속히 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유언비어 확산을 막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도 도 대책본부의 위기관리 능력"이라면서 "의심 사실만 있어도 그것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먼저 정확한 진실을 제공하면 유언비어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도 대책본부가 정보 공개에 대한 노력과 경험이 부족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주간 정책회의에서 제주서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져 나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언비어 발생시 정확한 사실관계 및 정부 동향 등을 관계 부서가 면밀히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도 관계자는 "설 연휴 기간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퍼져나가면서 도민사회에 불안감이 생겼다"며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있다면 도 방역 대책 상황실(☎064-710-2910)로 즉시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 관광시장 위축
우한 폐렴에 공포감이 확산하자 제주 관광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춘제 기간 중국인 1만4천394명의 중화권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24일부터 27일까지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8천893명에 그쳐 예상 관광객 대비 38.2% 줄었다.

날짜별로 보면 24일 2천688명(예상 대비 2.4% 감소), 25일 2천691명( ″ 31.6% 감소), 26일 1천813명( ″ 56.6% 감소), 27일 1천701명( ″ 48.1% 감소)이 제주를 방문했다.

제주와 중국 직항 18개 노선의 평균 탑승률도 56%로, 우한 폐렴 공포가 없던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탑승률 88.5%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또 다음 달 13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쯔보시 축구단이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하기로 했으나 우한 폐렴 공포감에 전지훈련을 취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특급호텔을 중심으로 중국인들의 투숙 취소 사례가 최근 들어 350여건 3천여명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호텔 투숙 예약 취소가 증가 추세에 있다.

제주에서 중국으로 가는 여행객도 줄어들어 현재 10개 여행사 550여명이 중국 여행을 취소했다.

2002년 11월에서 2003년 7월까지 중국 내 사스가 발병했을 당시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41.2% 줄었다.

또 메르스 공포가 확산한 2015년 5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35.5% 감소한 바 있다.

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중국 문화여유부에서 단체여행 및 개별여행 상품을 전면 중단한 것에 기인한다"면서 "관광상황에 대한 종합상황실을 구성해 피해 등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 "우한 폐렴 유입 막자" 방역 강화
제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상하이나 베이징, 항저우 등에서 온 항공편 이용객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후베이성 우한과는 거리가 먼 지역이다.

그러나 중국 내 이동으로 인한 확산 가능성이 높아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에서는 강력한 방역 대책이 시행되고 있다.

28일 오전에도 상하이 푸둥 공항에서 온 항공편이 제주공항에 도착해 중화권 관광객 등이 속속 입국했다.

입국자들이 입국장으로 들어오자 국립제주검역소 등이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발열 감시를 진행했다.

검역소는 열 감지 카메라를 활용해 발열 감시를 하고 체온이 37.5도 이상인 사람을 선별하고 있다.

검역소는 입국자 중 미열만 있어도 귀 고막 체온계를 이용해 보다 정확한 체온을 측정한다.

추가로 체온 측정을 하는 입국자에 대해 방문 국가, 현지 방문지역, 환자 및 동물 접촉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또 입국 심사에서 건강검진 안내서를 입국자 모두 작성하도록 하고 별도로 검역관이 일일이 질문을 하며 건강 상태에 대해 두세 번 확인하고 있다.

또 검역 시간 외에는 공항 내 이용객을 대상으로 국외 감염병 정보와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있으며 전염병 확산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방송을 수시로 하고 있다.

검역소는 춘제 기간 제주를 방문하는 중화권 관광객이 몰리자 최근 군, 경찰, 보건복지부에서 16명의 인력을 보강 받아 3교대 근무로 검역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비상 대책본부장)는 이날 제주공항과 제주항을 방문해 검역 입국장을 찾아 발열 감시 상황 등을 둘러보고 관계자 등을 격려했다.

또 제주 도착 여행객들에게 마스크 등을 배부했다.
◇ 도 비상대책본부 격상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단계로 격상하자 제주도는 27일 지사를 본부장으로 한 최상의 비상대책본부를 꾸려 방역 등 예방 활동에 돌입했다.

제주도는 비상대책본부(☎064-710-2910)를 구성해 방역을 진행하고 위기 대응 태세를 갖췄다.

비상대책본부는 지사가 본부장을, 부지사가 대책본부 차장, 도민안전실장이 총괄조정관, 보건복지여성국장이 통제관을 맡는다.

또 도청 과별로 의료 및 방역관리반, 구급반, 사회질서유지반, 자원봉사관리반, 재난상황 관리반 등을 꾸렸다.

이 중 의료 및 방역관리반은 도청 보건건강위생과장이 방역관으로 있으며 역학조사관, 감염병관리지원, 제주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전문의 등으로 구성했다.

국외 여행 후 기침 등 호흡기 질병 증상이 있고 발열이 있는 환자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로 전화하게 되면 대책본부에서 즉각적으로 조사와 대응을 하게 된다.

다만 추가 조사가 필요한 환자가 개인 병원으로 갔을 경우 해당 병원장 등이 보건소나 도청 대책본부 등으로 연락해 환자 사례를 알려줘야만 대응을 할 수 있다.

도청 대책본부 등은 추가 조사가 필요한 환자가 나오면 제주대학교병원 격리병동으로 환자를 옮긴 후 질병관리본부와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며 환자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 우한 폐렴 조사에서 음성으로 나오면 격리조치 등이 해제되지만 확진으로 나온 환자는 계속 격리치료를 받게 되며 도 대책본부 등은 환자의 이동 동선을 살펴 환자와 접촉했던 전원에게 조사를 진행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