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파괴 효과 기대되는 항바이러스 물질 개발

분자구조 조작한 '변형 설탕', HIV·RSV 등 여러 유형 '접촉 파괴' 확인
영국·스위스 공동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논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여러 유형의 기존 바이러스를 접촉 방식으로 파괴하는 신개념 항바이러스 물질을 영국과 스위스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설탕의 분자 구조를 생명공학 기술로 조작해 만든 이 물질은 기관지폐렴을 일으키는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단순 포진 바이러스(herpes simplex), C형 간염 바이러스, 에이즈 바이러스(HIV), 지카 바이러스 등에 효험을 보였다고 한다.

따라서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을 비롯해 새롭게 유행하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에도 효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가 과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이번 연구는 영국 맨체스터대와 스위스 제네바대(UNIGE)·로잔 공대(EPFL) 등의 연구진이 공동 수행했고, 논문은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30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항바이러스 물질의 개발에는 클로덱스트린(cyclodextrin)이라는 글루코스 파생물이 이용됐다.

쉽게 말해 변형된 '설탕 분자(modified sugar molecules)'인 이 물질은, 바이러스를 끌어들여 접촉이 이뤄지면 단백질 외피와 감염 입자를 순차적으로 파괴한다.

그러면서 내성을 유발할 위험은 기존 약제보다 작았다. 기존의 항바이러스제는 단순히 바이러스의 성장만 억제하면서도,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와 내성을 키우는 단점을 가졌다.

이 물질은 특히 인체 부작용 없이 바이러스만 파괴하는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 개발을 예고해 주목된다.

표백제를 비롯한 기존의 '바이러스 박멸 물질(virucidal' substances)'도 바이러스를 접촉 파괴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한테도 치명적인 독성을 가져 인체에 쓰기가 어렵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맨체스터대의 새뮤얼 존스 재료공학과 박사(특별연구원)는 "효능 범위가 넓은 항바이러스 물질로서,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의 게임 체인저가 될 잠재력을 가졌다"라고 평가했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 중 한 명인 제네바대의 카롤리네 타파렐 교수는 "상이한 유형의 여러 바이러스에 강력한 효력을 보이는 물질을 개발했다"라면서 "새롭게 유행하는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자들은 이미 물질 특허를 취득했고, 약품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할 회사도 설립 과정에 있다. 장차 이 물질은 추가 시험을 거쳐 크림, 연고, 비강 스프레이 등 형태의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로 개발될 거라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