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금, 지방, 산, 열·소리 잃은 음악

프론티어 걸들을 위한 과학자 편지

▲ 소금, 지방, 산, 열 = 사민 노스랏 지음, 제효영 옮김.
20년 경력의 저명한 요리사가 소금, 지방, 산, 열의 4가지 요소만 숙달하면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면서 그 비결을 소개한다. 저자는 1부에서 자신의 주방 경험과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요리사들로부터 배운 내용을 토대로 이 4요소 각각의 특성과 여러 요소가 어떻게 뒤섞이고 어우러지는지를 이야기한다.

소금은 쓴맛을 최소화하고 단맛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는데 적절한 형태의 소금을 적절한 시점에 적정량만큼 넣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은 풍미를 강화하고 질감을 형성한다. 주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지방으로는 올리브유, 버터, 씨앗이나 견과류 오일, 돼지나 소 그름과 같은 동물성 지방 등이 있다.

산이 내는 신맛은 우리 입안에서 침을 형성시키는 한편 다른 맛과 대비돼 식감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레몬즙, 식초, 와인, 치즈, 발효식품, 커피, 초콜릿, 토마토 등이 신맛을 내는 재료다. 열은 음식의 맛과 질감에 영향을 준다.

약한 불로 오래 끓이기, 삶기, 졸이기, 중탕, 찌기, 스웨팅, 튀기기, 브로일링 등 열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요리법도 천차만별이 된다.

2부에서는 '실전 레시피' 100여가지와 수십 가지 변형 아이디어를 공개한다. 일반적인 요리책과는 달리 앞서 설명한 4대 요소의 원리를 새겨가며 요리의 근본 원리에 도달하도록 안내한다.

세미콜론. 470쪽. 3만3천원.
▲ 소리 잃은 음악 = 로빈 월리스 지음, 홍한결 옮김.
'악성', '반신반인', '괴팍한 천재'와 같은 수식어에 둘러싸인 베토벤 신화에서 탈피해 귀먹은 베토벤의 창작 행위와 행적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베토벤 음악의 위대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탐구한다.

베토벤 음악을 평생 연구한 음악학자인 저자는 아내 바버라에게 닥친 청력 상실을 10여년간 곁에서 지켜보면서 비슷한 청력 문제를 겪은 베토벤 말년을 탐색해나갈 통찰과 동기를 얻게 됐다고 한다.

아내의 장애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길잡이 삼아 청력 상실 후 베토벤 작곡활동을 음악학과 의학의 관점으로 규명하며 베토벤이 장애를 정녕 '극복'한 것인지, 그가 써낸 음악이 과연 극복의 산물인지에 관한 질문의 해답을 찾아간다.

이를 위해 베토벤이 남긴 방대한 스케치와 자필 악보, 서간, 필담 노트 등 다양한 기록을 살핀 것은 물론 베토벤이 쓴 여러 종류의 피아노와 '청취 기계', 작곡 도구를 연구하고 직접 체험했다.

베토벤이 19세기 초에 쓴 피아노와 공명기의 복원을 시도한 이들과 접촉해 복원된 피아노를 직접 연주해 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작업과 분석을 토대로 저자는 말년의 베토벤이 리드미컬한 곡, 짧고 귀에 꽂히는 동기를 활용하는 곡을 많은 쓴 것은 난청인이 리듬을 가장 쉽게 인식할 수 있고 짧고 특징적인 선율 조각이 청각 기억에 담기 쉽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베토벤의 음악적 위대함은 청각 장애를 극복한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리고 귀가 멀면서 기존의 방법들을 조금씩 개선해 간 덕분에 가능해졌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마티. 408쪽. 2만원.
▲ 프론티어 걸들을 위한 과학자 편지 = 유윤한 지음.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부터 아프리카 종교와 문화를 연구한 탐험가 매리 킹슬리, 아폴로 13호를 무사히 지구로 돌아오게 한 수학자 캐서린 존슨에 이르기까지 여성 과학자들의 도전과 성취를 편지 형식으로 기록했다.

책에 실린 여성 과학자들 배경은 다양하다.

핵물리학자 우젠슝 부모는 딸을 위해 학교를 세울 정도로 교육열이 높았던 반면에 킹슬리 부모는 딸이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집안일만 시키며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과학 분야에서 배척과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실력을 발휘해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의지가 강했고 용기가 굳셌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궁리. 344쪽. 1만7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