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측 "일본 정부 측 면책 논리 적용돼선 안 돼"

일본 상대 손배소 변론기일…'독일 강제노역 배상책임' 인정한 이탈리아 판례 제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측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배상책임을 부인할 목적으로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면책 논리를 이번 재판에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유석동 부장판사)는 5일 고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소송은 위안부 생존 피해자 11명과 이미 세상을 떠난 피해자 6명의 유족이 2016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한 사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 영향 탓에 할머니들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피해자 측 소송 대리인단은 일본 정부가 면책 논리로 제시한 '국가면제'를 우리 법원이 채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면제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법 원칙이다.

일본 측은 이 원칙을 내세워 한국 법원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리인단은 이날 "국가면제는 불멸의 법리가 아니고, 점차 그 면제의 폭이 좁아져 왔다"며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까지 재판을 할 수 없다고 하는 일은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실현은 헌법상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사후적 회복에 해당한다"며 "원고들의 소송을 각하하는 것은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부인하고 헌법상 인간 존엄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면제론을 인정하지 않은 해외 판례를 소개했다. 대리인단은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강제노역을 당한 이탈리아인 루이지 페리니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탈리아 대법원이 배상을 결정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대리인단은 "이번 (위안부 피해자) 사건은 아시아 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로, 나치보다 더 중대성 있는 사건"이라며 "국가면제 인정 여부 역시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삶의 끝자락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일본이 자행한 국제범죄를 확인하고 이를 역사에 기록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해 여성과 아동에 대한 잔혹한 범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재판부는 오는 4월 1일 다음 변론 기일을 열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