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장 "감염병이 제노포비아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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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4대 원장에 취임…"연구 수요 폭증하는데 인력은 태부족"
"경제 나쁘면 '외국인 탓'"…"비용·편익 따져 이민정책 결정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파되는 속도와 범위를 예전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세계화가 많이 이뤄졌는지 실감할 수 있죠. 반대로 이런 일이 터질수록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나 자국우선주의 목소리는 높아집니다. 더욱이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고 느끼면 외국인이나 이주민 탓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에 악영향을 줘 반이민 정서가 더 확산할 우려가 큽니다"
지난달 9일 제4대 이민정책연구원장 업무를 시작한 강동관(60) 박사는 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민 문제는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어젠다로 떠올랐습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정부 부처 업무와 연관돼 있죠. 연구 수요는 폭증하는데 박사급 연구 인력은 8명에 불과해 따라가기가 힘듭니다"
강 원장의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임기 3년 동안 추진할 사업계획을 설명하기보다 답답한 현실과 아쉬운 여건을 털어놓았다.
"기관 영문명이 MRTC(Migration Research & Training Centre)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책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도 해야 합니다. 또 정부와 국제이주기구(IOM) 간 협정에 따라 2009년 12월 출범한 만큼 국내외 네트워크 협력사업도 소홀히 할 수 없죠. 30명 인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강 원장은 취임 전에 교육과 협력사업을 포기하고 연구에만 주력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연구 말고는 법무부나 국회에서 성과를 인정받기 어려워 예산 확보에 별 도움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업무를 맡고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제2차(2013∼2017년), 제3차(2018∼2022년)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한 이민정책연구원은 설립 당시 법무부, 경기도, 고양시가 각각 운영비의 40%, 40%, 20%를 분담했다.
3년 뒤 고양시가 손을 놓았고 나중에는 경기도도 운영비 지원을 중단했다.
국제연구기관을 지역에 유치했다는 지자체장의 홍보 효과가 사라진 데다가 담당 부서나 지역 의회 등이 지역에 구체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사무실 임대료 지원도 지난해 말로 끝나 오는 4월 서울시 양천구 목동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강 원장은 성균관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미국으로 유학해 켄터키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부터 청주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0년 7월 이민정책연구원으로 옮겼다.
선임연구위원, 기획조정실장, 연구교육실장을 맡는 동안 한국재정정책학회 편집위원장·부회장·회장과 한국경영교육학회 부회장도 지냈다.
"나도 미국에서 이민자로 생활했지만 유학생 신분이어서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절감하지 못했고 이민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도 드물었죠. 산업경제학을 전공하며 계량경제 분석을 하다 보니 이민 문제가 주요 이슈로 대두했고 이민정책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강 원장은 "이주노동자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한 측면만 보고 단순하게 판단할 일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이들이 생산 현장에 참여해 유발하는 직접적인 경제 효과도 있지만 문화충돌에 의한 갈등이나 교통 혼잡, 범죄 우려 등 사회적 비용도 따르고 문화 다양성, 민간외교, 인구학적 측면의 편익 등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주민은 전체 인구에 비해 그리 숫자가 많지 않은 데다가 대부분 젊은 층의 단기체류 단순노무직이어서 아직은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게 강 원장의 판단이다.
그러나 정착 위주의 이민이 확대되거나 가족초청 비자를 허용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비용과 편익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유럽의 이주민 동화주의는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각기 정체성을 인정하며 조화롭게 사는 모델을 추구해야죠. 이주민도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우리도 이주민을 이해하고자 힘써야 합니다.
교육도 중요하지만 미디어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강 원장은 이민정책에 관한 시급한 현안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내국인 역차별 논란을 줄이기 위한 외국인 사회통합기금 조성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외국인이 낸 각종 수수료와 범칙금 등을 통합 관리해 외국인에게 쓰면 2018년 예멘인 난민 신청 논란 때 터져 나온 "내가 낸 세금을 외국인에게 왜 쓰냐"는 불만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부처별 업무 분산에 따른 중복과 사각지대를 막을 수 있도록 이민청(가칭)을 설치하자는 것과 각종 데이터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이민정보원(가칭)을 설립하자는 것이다.
특히 연구자들의 입장에서는 정확한 데이터의 신속한 취합과 공유가 매우 중요하며 그 성과가 바람직한 정책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가 다문화 사회의 도래를 미리 준비하지 못해 부작용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적 추세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시스템과 국민 인식을 갖춰야 갈등을 줄이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경제 나쁘면 '외국인 탓'"…"비용·편익 따져 이민정책 결정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파되는 속도와 범위를 예전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세계화가 많이 이뤄졌는지 실감할 수 있죠. 반대로 이런 일이 터질수록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나 자국우선주의 목소리는 높아집니다. 더욱이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고 느끼면 외국인이나 이주민 탓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에 악영향을 줘 반이민 정서가 더 확산할 우려가 큽니다"
지난달 9일 제4대 이민정책연구원장 업무를 시작한 강동관(60) 박사는 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민 문제는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어젠다로 떠올랐습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정부 부처 업무와 연관돼 있죠. 연구 수요는 폭증하는데 박사급 연구 인력은 8명에 불과해 따라가기가 힘듭니다"
강 원장의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임기 3년 동안 추진할 사업계획을 설명하기보다 답답한 현실과 아쉬운 여건을 털어놓았다.
"기관 영문명이 MRTC(Migration Research & Training Centre)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책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도 해야 합니다. 또 정부와 국제이주기구(IOM) 간 협정에 따라 2009년 12월 출범한 만큼 국내외 네트워크 협력사업도 소홀히 할 수 없죠. 30명 인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강 원장은 취임 전에 교육과 협력사업을 포기하고 연구에만 주력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연구 말고는 법무부나 국회에서 성과를 인정받기 어려워 예산 확보에 별 도움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업무를 맡고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제2차(2013∼2017년), 제3차(2018∼2022년)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한 이민정책연구원은 설립 당시 법무부, 경기도, 고양시가 각각 운영비의 40%, 40%, 20%를 분담했다.
3년 뒤 고양시가 손을 놓았고 나중에는 경기도도 운영비 지원을 중단했다.
국제연구기관을 지역에 유치했다는 지자체장의 홍보 효과가 사라진 데다가 담당 부서나 지역 의회 등이 지역에 구체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사무실 임대료 지원도 지난해 말로 끝나 오는 4월 서울시 양천구 목동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강 원장은 성균관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미국으로 유학해 켄터키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부터 청주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0년 7월 이민정책연구원으로 옮겼다.
선임연구위원, 기획조정실장, 연구교육실장을 맡는 동안 한국재정정책학회 편집위원장·부회장·회장과 한국경영교육학회 부회장도 지냈다.
"나도 미국에서 이민자로 생활했지만 유학생 신분이어서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절감하지 못했고 이민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도 드물었죠. 산업경제학을 전공하며 계량경제 분석을 하다 보니 이민 문제가 주요 이슈로 대두했고 이민정책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강 원장은 "이주노동자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한 측면만 보고 단순하게 판단할 일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이들이 생산 현장에 참여해 유발하는 직접적인 경제 효과도 있지만 문화충돌에 의한 갈등이나 교통 혼잡, 범죄 우려 등 사회적 비용도 따르고 문화 다양성, 민간외교, 인구학적 측면의 편익 등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주민은 전체 인구에 비해 그리 숫자가 많지 않은 데다가 대부분 젊은 층의 단기체류 단순노무직이어서 아직은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게 강 원장의 판단이다.
그러나 정착 위주의 이민이 확대되거나 가족초청 비자를 허용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비용과 편익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유럽의 이주민 동화주의는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각기 정체성을 인정하며 조화롭게 사는 모델을 추구해야죠. 이주민도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우리도 이주민을 이해하고자 힘써야 합니다.
교육도 중요하지만 미디어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강 원장은 이민정책에 관한 시급한 현안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내국인 역차별 논란을 줄이기 위한 외국인 사회통합기금 조성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외국인이 낸 각종 수수료와 범칙금 등을 통합 관리해 외국인에게 쓰면 2018년 예멘인 난민 신청 논란 때 터져 나온 "내가 낸 세금을 외국인에게 왜 쓰냐"는 불만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부처별 업무 분산에 따른 중복과 사각지대를 막을 수 있도록 이민청(가칭)을 설치하자는 것과 각종 데이터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이민정보원(가칭)을 설립하자는 것이다.
특히 연구자들의 입장에서는 정확한 데이터의 신속한 취합과 공유가 매우 중요하며 그 성과가 바람직한 정책으로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가 다문화 사회의 도래를 미리 준비하지 못해 부작용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적 추세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시스템과 국민 인식을 갖춰야 갈등을 줄이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