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일 끈 트럼프 탄핵심판, 표결 25분만에 무죄…여야 찬반 극명

상원의원 한명씩 일어나 찬반 입장 표명…하원의원들도 참관
황금 의사봉상 받은 연방대법원장 "더 기쁜 상황에서 만나자"

현지시간 5일 오후 4시 7분(한국시간 6일 오전 6시 7분) 미국 상원 본회의장에서 상원 의원이 한 명씩 호명되기 시작했다. 해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죄'(guilty), '무죄'(not guilty) 둘 중 하나를 선택한 뒤 다시 착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에 대한 찬반 표결이 진행된 상원의 모습이다.

상원 의원 100명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장에는 참관을 희망한 하원 의원들의 모습이 보였고, 방청석도 꽉 차진 않았지만 상원 심리 기간 가장 많은 인원이 앉아 있었다. 표결 돌입 후 잠시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의원들이 소속 정당별로 찬반이 뚜렷이 갈린 표결이 이뤄지자 결론은 예상대로 부결이라는 분위기가 회의장에 흘러넘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혐의 중 권력남용은 탄핵 찬성 48표, 반대 52표로, 또 의회방해는 탄핵 찬성 47표, 반대 53표로 부결됐다.

공화당 의원 53명과 민주당, 무소속 의원 47명이 똘똘 뭉쳐 투표한 결과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앙숙이라 불리는 밋 롬니 공화당 상원 의원이 권력남용 혐의에만 탄핵 찬성표를 던져 한 명의 이탈자만 생겼다.
지난해 9월 24일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문제삼아 탄핵 조사에 착수한 이래 135일간 진행된 탄핵 정국이 단 25분의 상원 표결로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정당별로 극명히 갈린 투표 결과는 탄핵 정국이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득실에 따라 의원들이 판단한 정쟁의 성격이 강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더그 존스 의원 등 공화당 강세 지역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 중 최소 1명은 탄핵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해당 의원들은 표결 전에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며 대오에서 이탈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에이미 클로버샤 등 대선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상원 의원들 역시 득표전을 잠시 멈추고 표결에 전원 참석했다.
헌법에 따라 재판장 역할을 맡은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표결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의 무죄를 선고한다"고 선언한 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그는 상원 의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한 뒤 좀 더 즐거운 상황에서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면서 상원 의원들에게 대법원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로버츠 대법원장에게 '황금 의사봉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상원 회의를 100시간 이상 주재한 이에게 주는 것으로, 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심리를 진행한 윌리엄 렌퀴스트 당시 연방대법원장도 받은 바 있다.

한편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상원에 넘긴 심리 서류는 각종 증거자료를 포함해 2만8천쪽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10월 시작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이듬해 2월까지 128일간 진행됐지만 이번 엔 135일이 걸렸다. 상하원을 합친 심리 기간은 클린턴 전 대통령 때 110일이었고, 이번에는 107일로 비슷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