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고난과 웃음의 나라·우리 안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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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브즈
▲ 고난과 웃음의 나라 = 정병호 지음.
20여년 간 활동가로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학자로서 연구 활동을 병행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북한 주민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북한 체제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기근 구호활동을 위해 실제 실무자들과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아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효율'과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태도를 취하는 것을 자주 경험했다.
저자는 궁핍한 사정에도 도움의 손길을 구걸하지 않겠다는 결기와 도덕주의적 주장, '단숨에' 뜻을 이루고자 하는 태도, 자존심과 결사항전의 의지가 북한 당국과 엘리트집단뿐만 아니라 주민 의식에도 담겨 있는 문화적 '아비투스'라고 분석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규정한 용어인 아비투스(habitus)는 '제2의 본성'과 같은 것으로, 친숙한 사회 집단의 습속ㆍ습성 따위를 뜻하는 말이다. 또 굶주리면서도 '세상에 부럼 없어라' 노래를 부르는 북한의 유치원생들을 보면서 저자는 아이들이 진심으로 행복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북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은 단순한 세뇌의 산물이나 연출된 모습이기 때문이 아니라 북한사회가 치밀한 상징작업과 권력연출을 통해 '행복을 교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양한 직종의 세습과 계급의 재생산이 장려되는 현실, 강남 8학군 못지않은 평양 엄마들의 교육열,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 교수들과 과학자들이 입주한 평양판 'SKY캐슬', 평양과 지방의 지역차별 등 자본주의사회와는 다른 방식의 불평등한 사회주의사회로 변모하는 북한의 모습을 감지해내기도 한다. 저자는 그러나 북한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체제붕괴의 조짐으로 성급하게 해석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공식적인 제도와 비공식적인 일상 간 괴리는 커지지만 두 흐름 모두 현실이고 그 둘이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하는 가운데 북한은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창비. 376면. 1만8천원. ▲ 우리 안의 악마 = 줄리아 쇼 지음, 김성훈 옮김.
대학 범죄학 및 심리학 교수로 '거짓 기억' 전문가인 저자가 여러 심리학 연구와 뇌과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선과 악의 경계와 어두운 인간의 본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보기에 악이란 '정상'과 유리된 이상한 것, 절대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인간 문화와 뿌리 깊게 연관된 것이다.
예를 들어 사디즘이나 마조히즘 등은 '이상성욕'으로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흔하며 그것들이 '상식'이나 '의지'의 문제만은 아니고 그러한 기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발현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설명한다.
소아성애에 관해서도 그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소아성애자가 반드시 아동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며 아동 대상 성범죄자가 꼭 소아성애자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
저자가 도덕적 판단을 배제한 상태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악한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메커니즘을 밝히고자 하는 것은 악을 옹호하거나 변호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는 악해지지 않기 위해 더더욱 악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인간은 악해지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으며 그럴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한다.
현암사. 352쪽. 1만7천원. ▲ 트라이브즈 = 세스 고딘 지음, 유하늘 옮김.
'마케팅 구루'로 불리는 저자가 사업 성공의 핵심으로 '부족(Tribes)'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생각을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운동을 전개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의미한다.
부족은 동료 직원, 고객, 투자자, 신앙인, 취미 동호회원, 독자 등 하나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규합된 사람들을 칭한다.
부족을 찾고 그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가장 원초적인 것으로 누구나 기회가 생기면 부족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그렇게 뭉친 부족은 아이디어와 믿음을 바탕으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입소문을 내고 행동을 조직화하고 규모를 키워나가는 운동을 전개한다.
일단 부족이 만들어지면 그 어떤 마케팅 도구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부족원들은 일반적인 노동자나 고객, 대중과 달리 자발적으로 부족을 강력하게 만들고 규모를 키우기 때문이다.
꾸준한 무료 공연을 통해 팬층을 확보하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도록 유도함으로써 빌보드 차트 상위권의 앨범 없이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미국 록밴드 '그레이트풀 데드' 등 많은 사례를 들어 부족을 어떻게 형성하고 운영할 것인지를 설명한다.
2008년 이 책의 원서가 나올 때는 데뷔하기 전이었지만 방탄소년단이 자체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백스테이지 영상과 연습실 영상, 숙소 영상 등을 만들어 공개하며 팬카페와 SNS 등을 통해 거대한 글로벌 팬덤을 만들어낸 것은 전형적인 트라이브즈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시목. 244쪽. /연합뉴스
▲ 고난과 웃음의 나라 = 정병호 지음.
20여년 간 활동가로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학자로서 연구 활동을 병행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북한 주민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북한 체제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기근 구호활동을 위해 실제 실무자들과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아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효율'과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태도를 취하는 것을 자주 경험했다.
저자는 궁핍한 사정에도 도움의 손길을 구걸하지 않겠다는 결기와 도덕주의적 주장, '단숨에' 뜻을 이루고자 하는 태도, 자존심과 결사항전의 의지가 북한 당국과 엘리트집단뿐만 아니라 주민 의식에도 담겨 있는 문화적 '아비투스'라고 분석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규정한 용어인 아비투스(habitus)는 '제2의 본성'과 같은 것으로, 친숙한 사회 집단의 습속ㆍ습성 따위를 뜻하는 말이다. 또 굶주리면서도 '세상에 부럼 없어라' 노래를 부르는 북한의 유치원생들을 보면서 저자는 아이들이 진심으로 행복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북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은 단순한 세뇌의 산물이나 연출된 모습이기 때문이 아니라 북한사회가 치밀한 상징작업과 권력연출을 통해 '행복을 교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양한 직종의 세습과 계급의 재생산이 장려되는 현실, 강남 8학군 못지않은 평양 엄마들의 교육열,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 교수들과 과학자들이 입주한 평양판 'SKY캐슬', 평양과 지방의 지역차별 등 자본주의사회와는 다른 방식의 불평등한 사회주의사회로 변모하는 북한의 모습을 감지해내기도 한다. 저자는 그러나 북한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체제붕괴의 조짐으로 성급하게 해석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공식적인 제도와 비공식적인 일상 간 괴리는 커지지만 두 흐름 모두 현실이고 그 둘이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하는 가운데 북한은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창비. 376면. 1만8천원. ▲ 우리 안의 악마 = 줄리아 쇼 지음, 김성훈 옮김.
대학 범죄학 및 심리학 교수로 '거짓 기억' 전문가인 저자가 여러 심리학 연구와 뇌과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선과 악의 경계와 어두운 인간의 본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보기에 악이란 '정상'과 유리된 이상한 것, 절대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인간 문화와 뿌리 깊게 연관된 것이다.
예를 들어 사디즘이나 마조히즘 등은 '이상성욕'으로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흔하며 그것들이 '상식'이나 '의지'의 문제만은 아니고 그러한 기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발현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설명한다.
소아성애에 관해서도 그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소아성애자가 반드시 아동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며 아동 대상 성범죄자가 꼭 소아성애자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
저자가 도덕적 판단을 배제한 상태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악한 행동을 저지르게 되는 메커니즘을 밝히고자 하는 것은 악을 옹호하거나 변호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는 악해지지 않기 위해 더더욱 악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인간은 악해지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으며 그럴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한다.
현암사. 352쪽. 1만7천원. ▲ 트라이브즈 = 세스 고딘 지음, 유하늘 옮김.
'마케팅 구루'로 불리는 저자가 사업 성공의 핵심으로 '부족(Tribes)'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생각을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운동을 전개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의미한다.
부족은 동료 직원, 고객, 투자자, 신앙인, 취미 동호회원, 독자 등 하나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규합된 사람들을 칭한다.
부족을 찾고 그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가장 원초적인 것으로 누구나 기회가 생기면 부족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그렇게 뭉친 부족은 아이디어와 믿음을 바탕으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입소문을 내고 행동을 조직화하고 규모를 키워나가는 운동을 전개한다.
일단 부족이 만들어지면 그 어떤 마케팅 도구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부족원들은 일반적인 노동자나 고객, 대중과 달리 자발적으로 부족을 강력하게 만들고 규모를 키우기 때문이다.
꾸준한 무료 공연을 통해 팬층을 확보하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도록 유도함으로써 빌보드 차트 상위권의 앨범 없이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미국 록밴드 '그레이트풀 데드' 등 많은 사례를 들어 부족을 어떻게 형성하고 운영할 것인지를 설명한다.
2008년 이 책의 원서가 나올 때는 데뷔하기 전이었지만 방탄소년단이 자체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백스테이지 영상과 연습실 영상, 숙소 영상 등을 만들어 공개하며 팬카페와 SNS 등을 통해 거대한 글로벌 팬덤을 만들어낸 것은 전형적인 트라이브즈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시목. 24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