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만에 열린 상월선원…천막수행에 덥수룩해진 스님들

자승스님 등 스님 9명, 상월선원 동안거 마무리
한겨울 천막 수행으로 관심을 모았던 경기 위례신도시 상월선원의 문이 석 달 만인 7일 열렸다. 자물쇠로 잠겨 있던 출입문이 상월선원 동안거 해제일에 맞춰 활짝 열린 것이다.

자승스님 등 아홉 스님은 지난해 11월 11일 비닐하우스로 만든 상월선원에서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간 바 있다.

이날 BTN 등 불교계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상월선원 해제 법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예하 진제스님은 낮 1시 30분을 넘어 총무원장 원행스님 등 스님 일행과 함께 상월선원 앞마당에 도착했다. 이어 '문을 열라'는 지시를 내렸고, 상월선원 총도감인 혜일스님과 상월선원 주지이자 서울 봉은사 주지인 원명스님이 선원 정문의 자물쇠를 풀었다.

선원 문이 열리며 햇살이 안을 비추자 덥수룩한 머리에 수염을 기른 낯선 모습의 스님 한명이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그는 천막 수행을 이끈 전임 총무원장이자 상월선원 회주(會主·큰스님)인 자승스님이었다. 그간 단정하게 삭발한 노승의 풍채만 봐 왔던 사부대중(四部大衆·스님과 재가불자)이 처음으로 두발과 수염을 기른 스님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상월선원에서 동안거에 들었던 스님 9명은 석 달 간 목욕이나 샤워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두발이나 수염을 깎지 않았다.

세면이나 양치질 정도만 했다고 한다. 자승스님 외에도 함께 천막 정진을 벌인 다른 스님 8명도 제각각 머리카락과 수염을 깎지 못한 채 더부룩한 모습 그대로였다.

이들은 동안거 기간 하루 한 끼로 식사 횟수와 양을 줄였던 터라 외관만 보기에도 체중이 상당히 감소한 듯 보였다.
자승스님 등 9명의 수행자는 진제스님 앞에서 석달간의 동안거 해제를 알리는 삼배를 올렸고, 진제스님은 "이제 문을 열고 매진하자"며 상월선원에서 큰 탈 없이 동안거가 마무리된 것을 반겼다.

자승스님 등은 그간 비닐하우스 안에 마련된 개인용 텐트 9동에 나눠 참선과 취침을 반복했다.

올겨울 큰 한파는 없었지만 상월선원 내 별다른 난방장치가 없던 탓에 해가 지는 일몰 후에는 냉기와 씨름해야 했다.

자승스님은 이날 진제스님에게 상월선원 내부를 소개하며 "비닐하우스라 낮에는 온도가 많이 올라가고, 해가 떨어지면 굉장히 춥습니다"고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그는 또 "수행 도중 스님 한 분이 쓰러져 병원에 갔어야 했지만 끝까지 남아 정진하겠다고 해 외부 병원을 가지 않았다"며 그간 알려지지 않은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진제스님은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단히 노력하셨습니다"라며 장기간 천막 수행을 끝낸 스님 일행을 격려했다. 상월선원 출입문을 나온 자승스님 등 스님 9명은 마당에 나란히 선 채 그간 관심을 가져온 사부대중에게 삼배로 감사를 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