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사 vs TRS증권사, 라임 피해 책임 놓고 법적 분쟁 본격화 조짐

라임자산운용 펀드 손실 규모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자금 회수를 놓고 판매사와 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해 라임에 자금을 대준 증권사 간 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복마전 양상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 12일 신한금융투자·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세 곳과 라임운용에 TRS 계약과 관련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대신증권은 라임의 환매 중단 펀드 중 1000억원어치 이상을 팔았다. 대신증권은 해당 증권사들이 라임 펀드 정산분배금을 우선해서 가져가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앞서 라임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펀드 자금을 담보로 증권사와 TRS 계약을 맺고 돈을 추가로 빌려 전환사채(CB) 등 자산에 투자했다. 환매가 중단된 라임의 3개 모(母)펀드는 신한금융투자(약 5000억원), KB증권(1000억원), 한국투자증권(700억원) 등과 총 6700억원 규모의 TRS 계약을 맺고 있다.

TRS 계약에서 증권사들은 펀드 청산 시 우선 변제권을 갖는 1순위 채권자다. 만약 TRS 증권사가 먼저 펀드에서 자금을 빼가면 다른 투자자들은 거기서 남은 돈으로 분배해야 한다는 얘기다.대신증권이 TRS 증권사들이 자금을 먼저 빼가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나선 건 이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 환매 중단 펀드에 묶인 대신증권 고객 투자액은 1076억원에 이른다. 특히 대신증권 반포지점은 라임의 29개 TRS 자펀드 중 16개를 취급하는 등 TRS 펀드 판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라임과 판매사, TRS 증권사로 구성된 3자 협의체를 꾸려 사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TRS 증권사들은 TRS 대출금에 대한 우선 변제권을 포기하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참여를 꺼리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