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물론 vs 정권심판론 '팽팽'…"종로 민심, 수치에 반영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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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먹고사는 문제 해결해야" vs "한국당, 반대 말고 비전 제시 없어"
평창동 등지 정권심판 목소리 높아…'인물론' 거론 이낙연 지지 밝히기도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맞붙게 된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종로.
'종로 빅매치' 성사 8일째를 맞은 지난 14일 동대문역 사거리에 들어서자 건물 벽면을 차지한 파란색 대형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현수막엔 '종로의 삶을 챙기겠습니다.
종로의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 건물에는 이 전 총리의 선거 사무실이 자리 잡았다. 사무실 동쪽으로는 민주당의 오랜 텃밭으로 분류되는 숭인동·창신동이 있다.
비좁은 골목길 사이로 봉제공장이나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고 노후한 주택이 많아 도시재생사업도 진행됐던 곳이다.
창신동에는 호남향우회가 있어 호남 출신 주민들의 결집도 강한 편이다. 이 일대에서는 이 전 총리에 대한 지지세가 비교적 뚜렷이 나타났다.
다만 그런 경우에도 민주당 지지로 꼭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주민들은 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인물론'을 들었다. 골목길에서 만난 강영근(60·숭인동) 씨는 "원래 민주당 지지자였지만 지금은 한국당을 지지한다"며 "민주당은 적폐 청산, 검찰개혁 강공 드라이브를 적당히 하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강씨는 그러면서도 "그런데 인물을 놓고 보면 비교가 안 된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 밑에서 일했어도 소신 있고 합리적인 사람 같다"며 "지역구는 이낙연, 비례대표는 한국당을 찍을까 한다"고 '교차투표' 의사를 내비쳤다.
떡집을 운영하는 박정순(56·숭인동) 씨는 "공약은 어느 당이나 비슷한 것 아니냐. 인품과 신뢰도를 보고 결정하겠다"라며 "신뢰가 가는 것은 지금까지는 이 전 총리인데, 황 대표도 이제 나왔으니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내건 '정권 심판론'에 대해선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56세 여성 상인(숭인동)은 "죽고 싶을 정도로 경제가 힘들다.
무조건 정권 심판을 해야 한다"라며 "황 대표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이보라(25·숭인동) 씨는 "야당은 그냥 반대하는 것 말고 특별한 비전 제시가 없지 않으냐"며 민주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전 총리의 선거 사무실에서 서쪽 직선거리로 2.5㎞ 떨어진 곳, 경복궁 인근에 황 대표의 선거 사무실이 마련됐다.
이르면 17일 개소하기 위해 막바지 세팅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쪽엔 '절망을 딛고 종로를 새로 고치겠습니다'라고 적힌 황 대표의 예비후보 명함이 보였다.
사무실을 기준으로 북서쪽에는 평창동이, 남서쪽에는 사직동이 있다.
두 곳은 민주당 정세균 후보가 한국당 오세훈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20대 총선에서도 한국당 표가 더 많이 나왔다.
그만큼 '보수' 성향이 짙은 곳이다.
평창동 주민센터 주변에는 타운하우스 같은 고급 단독주택과 1인 가구를 위한 빌라,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다.
이곳에서 만난 상당수 주민은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며 황 대표와 한국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특이한 점은 인터뷰에 응하면서 이름 공개를 거부하는 주민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한 중년 여성(평창동)은 "문재인 정부는 잘못한 것을 반성하지 않는다"라며 "이 전 총리도 이 정부에서 일하지 않았나.
나는 황 대표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50대 남성은 "보수 성향 사람들은 향후 집권에 대한 문제가 있다.
대동단결해 황 대표를 뽑아야 한다"라며 "여론조사로는 후보 간 격차가 크지만, 투표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동에 25년 거주했다는 다른 중년 여성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경제 실정 등을 거론하며 "이 정권이 우리를 개·돼지로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 심판에 대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이곳에도 '인물론'을 거론하는 주민들은 있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임 모(43·평창동) 씨는 "사람을 보고 뽑을 것"이라며 "황 대표는 너무 말이 안 돼서 이 전 총리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20대 여성도 이 전 총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17년 신축 대단지 아파트 입주로 아직 표심이 확인되지 않은 종로 서남쪽 교남동의 민심이 어디로 향할 건지도 이번 '종로 대전'의 관전 포인트다.
교남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서지영(54) 씨는 "한국당이 황 대표보다 더 나은 사람을 보냈으면 모르겠지만 이 전 총리를 지지하겠다"라고 말했다.
서씨는 한국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에 대해선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황 대표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박근혜 정부도 제대로 심판받지 않았다는 것인데 한국당이 무슨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느냐"고 반문했다.
근처에서 운동 중이던 50대 여성(교남동)은 "지금 정부는 불안 요소가 너무 많다.
비정상적으로 특정 이슈가 계속 뉴스화되고 있다.
피로감이 보통이 아니다"라며 "지금의 여론조사에는 민심이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잘라 말했다. 16일로 4·15 총선까지는 59일이 남았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로는 이 전 총리가 황 대표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종로 유권자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여론조사 수치에 반영되지 않는 '샤이보수'의 표심, '인물'을 원하는 종로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각 후보의 행보, 정권 심판론이나 야당 심판론에 불을 댕길 각종 악재의 향방에 따라 선거의 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누가 종로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유권자에게 설명하려고 한다"며 "공약을 진짜로 실현할 수 있는 후보로서 모범적인 정책 선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은 모든 국민이 느끼고 있다"라며 "주민들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겸손하게 제대로 경청하며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평창동 등지 정권심판 목소리 높아…'인물론' 거론 이낙연 지지 밝히기도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맞붙게 된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종로.
'종로 빅매치' 성사 8일째를 맞은 지난 14일 동대문역 사거리에 들어서자 건물 벽면을 차지한 파란색 대형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현수막엔 '종로의 삶을 챙기겠습니다.
종로의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 건물에는 이 전 총리의 선거 사무실이 자리 잡았다. 사무실 동쪽으로는 민주당의 오랜 텃밭으로 분류되는 숭인동·창신동이 있다.
비좁은 골목길 사이로 봉제공장이나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고 노후한 주택이 많아 도시재생사업도 진행됐던 곳이다.
창신동에는 호남향우회가 있어 호남 출신 주민들의 결집도 강한 편이다. 이 일대에서는 이 전 총리에 대한 지지세가 비교적 뚜렷이 나타났다.
다만 그런 경우에도 민주당 지지로 꼭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주민들은 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인물론'을 들었다. 골목길에서 만난 강영근(60·숭인동) 씨는 "원래 민주당 지지자였지만 지금은 한국당을 지지한다"며 "민주당은 적폐 청산, 검찰개혁 강공 드라이브를 적당히 하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강씨는 그러면서도 "그런데 인물을 놓고 보면 비교가 안 된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 밑에서 일했어도 소신 있고 합리적인 사람 같다"며 "지역구는 이낙연, 비례대표는 한국당을 찍을까 한다"고 '교차투표' 의사를 내비쳤다.
떡집을 운영하는 박정순(56·숭인동) 씨는 "공약은 어느 당이나 비슷한 것 아니냐. 인품과 신뢰도를 보고 결정하겠다"라며 "신뢰가 가는 것은 지금까지는 이 전 총리인데, 황 대표도 이제 나왔으니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내건 '정권 심판론'에 대해선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56세 여성 상인(숭인동)은 "죽고 싶을 정도로 경제가 힘들다.
무조건 정권 심판을 해야 한다"라며 "황 대표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이보라(25·숭인동) 씨는 "야당은 그냥 반대하는 것 말고 특별한 비전 제시가 없지 않으냐"며 민주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전 총리의 선거 사무실에서 서쪽 직선거리로 2.5㎞ 떨어진 곳, 경복궁 인근에 황 대표의 선거 사무실이 마련됐다.
이르면 17일 개소하기 위해 막바지 세팅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쪽엔 '절망을 딛고 종로를 새로 고치겠습니다'라고 적힌 황 대표의 예비후보 명함이 보였다.
사무실을 기준으로 북서쪽에는 평창동이, 남서쪽에는 사직동이 있다.
두 곳은 민주당 정세균 후보가 한국당 오세훈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20대 총선에서도 한국당 표가 더 많이 나왔다.
그만큼 '보수' 성향이 짙은 곳이다.
평창동 주민센터 주변에는 타운하우스 같은 고급 단독주택과 1인 가구를 위한 빌라,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다.
이곳에서 만난 상당수 주민은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며 황 대표와 한국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특이한 점은 인터뷰에 응하면서 이름 공개를 거부하는 주민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한 중년 여성(평창동)은 "문재인 정부는 잘못한 것을 반성하지 않는다"라며 "이 전 총리도 이 정부에서 일하지 않았나.
나는 황 대표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50대 남성은 "보수 성향 사람들은 향후 집권에 대한 문제가 있다.
대동단결해 황 대표를 뽑아야 한다"라며 "여론조사로는 후보 간 격차가 크지만, 투표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동에 25년 거주했다는 다른 중년 여성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경제 실정 등을 거론하며 "이 정권이 우리를 개·돼지로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 심판에 대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이곳에도 '인물론'을 거론하는 주민들은 있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임 모(43·평창동) 씨는 "사람을 보고 뽑을 것"이라며 "황 대표는 너무 말이 안 돼서 이 전 총리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20대 여성도 이 전 총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2017년 신축 대단지 아파트 입주로 아직 표심이 확인되지 않은 종로 서남쪽 교남동의 민심이 어디로 향할 건지도 이번 '종로 대전'의 관전 포인트다.
교남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서지영(54) 씨는 "한국당이 황 대표보다 더 나은 사람을 보냈으면 모르겠지만 이 전 총리를 지지하겠다"라고 말했다.
서씨는 한국당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에 대해선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황 대표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박근혜 정부도 제대로 심판받지 않았다는 것인데 한국당이 무슨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느냐"고 반문했다.
근처에서 운동 중이던 50대 여성(교남동)은 "지금 정부는 불안 요소가 너무 많다.
비정상적으로 특정 이슈가 계속 뉴스화되고 있다.
피로감이 보통이 아니다"라며 "지금의 여론조사에는 민심이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잘라 말했다. 16일로 4·15 총선까지는 59일이 남았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로는 이 전 총리가 황 대표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종로 유권자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여론조사 수치에 반영되지 않는 '샤이보수'의 표심, '인물'을 원하는 종로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각 후보의 행보, 정권 심판론이나 야당 심판론에 불을 댕길 각종 악재의 향방에 따라 선거의 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누가 종로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유권자에게 설명하려고 한다"며 "공약을 진짜로 실현할 수 있는 후보로서 모범적인 정책 선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은 모든 국민이 느끼고 있다"라며 "주민들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겸손하게 제대로 경청하며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