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통령 "탈레반, 평화협상 '트로이의 목마'로 이용 우려"

"탈레반 진정성 입증되지 않아…하지만 협상 거쳐야 전쟁 종식"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아프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 간에 진행되는 평화 협상 움직임과 관련해 탈레반이 이를 '트로이의 목마'로 이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탈레반이 미국을 속인 뒤 아프간을 장악하기 위해 평화 협상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니 대통령은 평화협상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전쟁을 종식할 수 없다며 미국-탈레반 간 협상이 필요한 현실도 동시에 인정했다.

16일 아프간 톨로뉴스와 외신에 따르면 가니 대통령은 전날 뮌헨 안보 회의에서 "아프간 전쟁은 내전이 아니라 다차원적 분쟁"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가니 대통령은 특히 평화협상과 관련해 탈레반의 진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탈레반이 지금은 평화협상에 참여하고 있지만 언제 마음을 바꿀지 알 수 없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가니 대통령은 하지만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탈레반이라는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동시에 수긍했다. 그는 "평화 협상 절차에 참여하지 않으면 탈레반의 진정성과 관련한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가니 대통령은 "미국과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며 미-탈레반 간 합의를 지지한다는 입장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에 의해 정권에서 밀려났지만 이후 세력을 회복해 현재 아프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상태다. 2018년 중반부터는 미국과 직접 평화협상도 벌였다.

지난해 9월 미군 일부 철수 등의 내용이 담긴 평화협상 초안까지 마련했지만, 정식 서명에는 실패했고 지난해 12월부터 양측은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아프간 정부는 완전히 배제된 상태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는 미국의 꼭두각시라며 직접 협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아프간에 항구적인 평화가 구축되려면 앞으로 아프간 정부, 탈레반 등 정파 간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가니 대통령도 탈레반이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가니 대통령은 "선거 수용 여부는 탈레반의 진정성과 관련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에서는 지난해 9월 28일 대선이 치러졌으며 아직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잠정 개표 결과에서는 가니 대통령이 50.6%를 득표해 재선이 유력한 것으로 예측됐다.

가니 대통령은 아울러 국제 사회가 아프간 마약 문제 대응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간의 마약 산업은 세계 최대 규모로 마약 판매 자금이 각종 테러 집단의 주 수입원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편, AP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탈레반은 오는 17일부터 7일간 자살폭탄테러 등 일체의 폭력행위를 자제하는 '폭력감소' 조치를 이행하기로 합의했으며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본격적인 평화 협상이 시작되고 미군 병력은 향후 18개월간 단계적 감축을 시작하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