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의원에 야유 보낸 아베 총리 "잘못했다" 사죄

자신을 둘러싼 여러 스캔들로 지지층을 잃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7일 국회에서 고개를 숙였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열린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 집중심의에서 "의미 없는 질문을 한다"고 야당 의원에게 야유를 보내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불규칙(不規則)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죄(おわび)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어 어감으로는 쉽게 의미가 잡히지 않는 '불규칙한 발언'은 '의사'(議事)와 관계없는 발언을 의미한다.

일본 인터넷 국어사전 '고토뱅크'(단어은행)에는 상대를 향해 빈정거리는 말을 하거나 놀린다는 의미인 '야유'가 해당된다고 정의돼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2일의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정부 질의에 나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쓰지모토 기요미 간사장 대행을 향해 자리에 앉은 채로 "의미 없는 질문을 한다"고 야유를 퍼부어 논란을 일으켰다. 쓰지모토 간사장 대행이 '사쿠라(벚꽃)를 보는 모임' 논란을 비롯해 아베 총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거론하면서 "도미는 머리부터 썩는다.

이 지경까지 왔다면 머리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에 입헌민주당은 국민민주당, 공산당, 사민당 등 다른 야당과 공동으로 아베 총리가 사죄하고 해당 발언을 철회하지 않으면 예산심의 일정을 보이콧하고 중의원에 징계(징벌)동의안을 제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결국 아베 총리가 문제의 발언에 대해 사죄의 뜻을 표명하는 것으로 '야유 논란'은 일단락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예산위 시작과 동시에 쓰지모토 의원을 거명하면서 "질의 종료 후에 불규칙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죄한다"면서 "앞으로 각료 자리(앉은 채로)에서 불규칙한 발언은 엄중히 삼가도록 총리로서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의 이번 사죄 발언에 대해 앞으로는 "야유하지 않겠다는 의향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매년 4월 총리실 주관의 봄맞이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 자신의 지역구 후원회 인사들을 대거 초청하는 등 세금이 들어가는 공적 행사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야당은 지난달 20일 시작된 올해 정기국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연일 아베 총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영향으로 교도통신이 지난 15∼16일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41%로 지난달 조사 때보다 8.3%포인트나 급락하는 등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