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불똥 걱정?…행사 줄취소 속 日정부 "일률자제 요청안해"

프린세스 탑승객 700여명 하선하자 코로나19 확산 불안감 커져
"실내서 불충분한 거리 두고 일정시간 있으면 감염 위험↑"…모호한 메시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일본에서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등 영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행사 개최를 자제하라는 일률적인 요청은 하지 않는다며 기준이 모호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일본에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가 20일 기준 728명(크루즈선 포함)으로 늘어난 가운데 열도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취소·연기되고 있다.

21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취업정보 사이트 '리쿠나비'를 운영하는 리쿠르트 커리어는 내년 봄 졸업 예정 대학생을 대상으로 다음 달 열기로 했던 합동 취업 설명회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리쿠르트 커리어는 다음 달 1일부터 전국 44개 광역자치단체에서 81건의 설명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대책을 취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다음 달 8일 예정된 나고야 여자마라톤 대회의 경우 일반 부문 경기가 취소됐고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 준비상황 점검을 겸해 도쿄에서 개최하려던 보치아 경기는 보류됐다.

집권 자민당은 다음 달 8일 예정했던 당 대회를 미루기로 방침을 정했고 일본유신회도 당 대회를 취소한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도쿄도(東京都) 아다치(足立)구는 이달 22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방재 훈련을 비롯해 다음 달 8일까지 사이에 계획한 행사 99건을 취소한다고 21일 발표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다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행사가 취소·연기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전날에는 후쿠오카(福岡)시의 지하철에서는 한 승객이 기침하자 곁에 앉은 다른 승객이 '마스크를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언쟁하다 신고용 비상벨까지 누르는 소동이 벌어졌다.
코로나19가 대량 확산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객 중 717명이 전날까지 격리 상태에서 풀려나 하선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으로 보인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행사 등의 개최에 관해서는 현시점에서 일률적으로 자제 요청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행사 개최 여부를 주최 측의 판단에 맡기는 대국민 메시지를 20일 발표했다.

아울러 최근 감염 상황에 비춰볼 때 "실내 등에서 서로의 거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 시간 있는 것이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한다"며 행사 주최자 등은 "감염 확산, 행사장의 상황 등을 고려해 개최의 필요성을 다시 검토할 것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안전거리나, 접촉 시간 등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메시지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에게 '불요불급'(不要不急,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한 외출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기재한 건강 카드를 배포했다.

앞서 일본 정부가 소집한 코로나19 전문가 회의 좌장인 와키타 다카지(脇田隆字)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장도 앞서 불요불급한 모임을 피하라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어디까지 필요한 일이고 필요하지 않은지, 급한 일은 무엇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코로나19 확산 상황 외에 각종 행사와 관련해 선명한 메시지를 발표할 경우 올해 여름 개막 예정인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이나 경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