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란 듯…모디·트럼프, 인도 대형 집회서 '브로맨스' 과시

트럼프, 취임 후 첫 인도 방문…세계 최대 크리켓 경기장서 연설
트럼프 "모디는 위대한 리더"…모디 "미국-인도 우정 영원하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州) 아메다바드에서 10만명이 넘는 인도인 앞에서 '브로맨스'(bromance)를 과시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인도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계 최대 크리켓 경기장 '사르다르 파텔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마스테('안녕'이라는 뜻의 힌디어) 트럼프' 행사에 참석했다.

인도 언론들은 11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에 이날 10만명 이상의 관중이 운집했다고 밝혔다.

먼저 연단에 오른 모디 총리는 "미국과 인도는 가치, 이상, 혁신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며 "미국과 인도의 우정이 영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소개하면서 여러 차례 '내 친구'(my friend)라는 표현을 쓰며 친근한 관계임을 과시했다.
이에 '나마스테 인디아'라는 인사로 말문을 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인도를 사랑하고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8천마일(약 1만2천900㎞)을 날아왔다"고 화답했다.

그는 모디 총리에 대해서는 "그는 위대한 리더이며 모두가 그를 좋아한다"며 "하지만 그는 매우 강하다"고 추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인도 방문과 관련해서는 "30억달러 이상 규모의 무기 계약을 할 것"이라며 군사 협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인도와 굉장한 무역협정을 추진 중이며 경제 협력 확대와 관련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항공우주, 테러 대응 등에서도 인도와 협력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자라트주는 모디 총리의 고향으로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이곳에서 주 총리를 역임하면서 정치적 역량을 길렀다.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곳 중 하나였던 구자라트는 모디 총리 재임 시절을 거치며 경제 중심지로 거듭났고, 모디 총리는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연방 총리 자리까지 올랐다.

취임 후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수도 뉴델리에 앞서 아메다바드부터 들르며 모디 총리의 체면을 한껏 세워준 셈이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해 9월 22일 텍사스 휴스턴에서 '하우디(Howdy·'안녕하세요'의 텍사스 사투리) 모디! 함께하는 꿈, 밝은 미래'라는 행사에서 남다른 브로맨스를 드러낸 바 있다.

브로맨스는 남자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뜻하는 신조어다.
5개월 간격으로 이어진 이런 미국·인도 정상 간 '밀월 행사'는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견제의 메시지도 갖게 될 전망이다.

중국은 현재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같은 경제협력과 군사력 확대를 통해 파키스탄, 동남아, 인도양 등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 내 인도계 표심을 확보, 재선 가도에 활용하겠다는 복심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울러 경제 부진, 시민권법 개정 반대 시위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모디 정부도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처럼 화려하게 환영 행사를 준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이날 손님맞이에 최선을 다했다.

모디 총리가 공항에서 직접 영접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동하는 길 주변에서는 수만 명의 주민이 나와 열렬히 환영했다.

다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콜로라도주 유세에서 기대한 '1천만명 환영 인파'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현지 매체는 그간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최대 10만명 안팎의 인파가 환영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현실에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실제로 아메다바드의 전체 인구를 다 합해도 700∼800만명 수준이기 때문이다.
멜라니아 여사, 장녀 이방카 부부와 동행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세계적 문화유산 타지마할도 방문했다.

그는 이후 25일 뉴델리에서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출국한다.

두 정상은 이번에 군사, 저작권, 무역 촉진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미니 무역협정' 체결은 불발될 전망이다. 이에 일부 현지 매체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방문에 대해 "쇼만 있고 비즈니스는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