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족 "신천지 아니라서 제때 검사나 치료 못 받았다"

14번째 사망자 딸 인터뷰…"보건소·1339 제대로 된 안내 없어"

"저희 엄마는 신천지가 아니라서 제때 검사나 치료도 못 받아보고 숨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14번째 사망자 A씨의 딸 B씨는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화요일(25일) 1339와 서구보건소에 전화했더니 중국 방문도 안 했고, 신천지 교인도 아니고, 접촉자도 없어 검사를 안 해준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22일부터 기침을 시작한 A씨는 24일 이비인후과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이때까지는 코로나19의 일반적인 증상으로 알려진 열이 나지 않았다.A씨 상태는 24일 저녁부터 악화했다.

기침과 근육통은 있는데 여전히 열은 없었다.

폐암 치료 중인 남편이 먹는 폐암 환자용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이 사그라지지 않았다.딸은 다음날 보건소에 전화 문의했다.

보건소는 "열이 나지 않으면 코로나19가 아닌 거 같다"며 "신천지 교인 위주로 하기 때문에 오셔도 검사를 받지 못한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B씨는 보건당국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오히려 코로나19가 아니라는 말에 "네 아니군요.

아닐 확률이 높다는 거군요" 하며 안도까지 했다며 자책했다.

27일 상황은 급변했다.

딸의 전화에 엄마는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나 그냥 여기 앉아 있어 앉아있어"라는 말만 반복했다.

A씨는 남편의 손에 이끌려 인근 병원에 갔고 열이 38.5도로 측정됐다.

병원 측이 불러준 구급차를 타고 다시 방문한 서구보건소에서는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못 해준다.

그리고 신천지도 아니고, 접촉자도 아니고…"란 답을 다시 돌려받았다.

B씨는 "아빠가 보건소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까 "열이 나니까 해열제를 사다 먹고 열을 떨어뜨리거나 돈을 들여서 대구의료원으로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코로나19 의심 때 선별진료소가 아닌 대구의료원에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내받은 순간이다.
대구의료원에 도착해 폐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앓았거나 앓고 있는 질환을 모두 적었다.

폐CT 결과는 폐렴이었다.

확진 판정까지는 3∼4일이 걸린다고 해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인 28일 새벽 "일어나야 하는데…." A씨는 이 말을 끝으로 영영 눈을 뜨지 못했다.

남편이 더 자라며 A씨를 봤을 때 그는 이미 온몸이 뒤틀리면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구급차를 타고 대구가톨릭대병원에 도착한 지 1시간 만인 오전 6시 39분 숨을 거뒀다.

코로나19 확진 환자번호 #2467. 사나흘이 걸릴 거라던 확진 통보는 숨진 당일 오전에 나왔다.

B씨는 "엄마는 폐렴을 앓아온 고령자라도 기회조차 없었다"며 "자가격리가 말이 자가격리지 병원에 못 가서, 병원이 안 받아줘서 강제 격리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은 검사가 신천지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아니라 기회 자체라도 줬으면 손이라도 써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신천지가 아닌 일반인은 길바닥에서 가다가 죽어야 하나"고 분통을 터뜨렸다.

B씨 가족은 A씨 화장을 마치고 장례식장 빈소 마련을 위해 가족들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아빠가 폐암 3기"라며 "밀접 접촉자인 아빠도 양성인데도 불구하고 증상이 없다고 자가격리하라고 할까 봐, 그 사이에 상태가 엄마처럼 나빠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망자의 딸 B씨가 서구보건소에 처음 상담받은 25일은 코로나19로 해당 보건소가 폐쇄된 날이다.

서구보건소는 지난 23일부터 감염 예방업무 총괄 직원을 시작으로 직원 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밀접접촉자 34명이 자가격리 중이다.보건소는 비상 근무조직을 편성해 26일부터 선별진료소를 재가동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