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중국, 미 항모 '코로나 비상' 틈타 남중국해 활동 박차"

"미 루스벨트호 혼란 시기에 중국 해상훈련·베트남 어선 침몰 사건 발생"
군 전문가 "일시적 항모 철수도 중국에겐 기회…철수 지역 취약성 증가"
폴리티코 "니미츠에서도 확진자 나와…미 항모 4번째 감염 사례"
미국이 최근 태평양에 배치된 핵추진 항공모함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미군의 공백을 틈타 남중국해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지난 일주일간 영문판 웹사이트에 남중국해 일대에서 진행한 대규모 해상훈련과 지난 2일 발생한 베트남 어선 침몰 사건과 관련한 게시물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이러한 군사활동이 활발해진 시점은 공교롭게도 미국의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가 감염 승조원 처리와 관련된 문제로 내홍을 겪던 때이다.

실제로 인민해방군 웹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에는 "코로나19 발병으로 미 해군의 아태지역 군함 배치 능력이 크게 저하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미국에서는 민간과 군을 가리지 않고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현재 미군에서는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배치된 또 다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감염 사례와 주한미군 사례를 포함해 미군 소속 1천500여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워싱턴주 브레머튼 해군기지에서 출항 준비 중이던 항공모함 니미츠에서도 확진자가 1명 나왔다. 앞서 또 다른 항공모함 칼 빈슨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방부는 군내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전 세계에 퍼져있는 미군 시설 간 병력 이동을 중지했으며, 군사 훈련도 취소했다.
CNN은 미·중이 잦은 충돌을 빚어온 남중국해 해역에서는 일시적인 미군 철수도 중국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칼 슈스터 전 미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작전국장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미 해군의 혼란을 이용해 군사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슈스터 전 국장은 특히 최근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중국 선박의 베트남 어선 침몰 사건이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예라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2일 중국과 베트남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해역에서 베트남 어선과 충돌한 중국 선박이 어선을 침몰시키고, 어부들을 억류했다가 풀어주는 사건이 벌어졌다.

슈스터 전 국장은 베트남이 이번 사건을 "미국이 중국의 움직임에 대응하지 못하는 때 미국과 밀착한" 패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90기에 달하는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탑재한 항공모함은 미군의 대표 전력이다.

CNN은 코로나19 사태로 루스벨트호가 괌에 무기한 정박하면서 얼마나 손쉽게 남중국해에서의 지위를 중국에 빼앗기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미 해군 연구소의 함대 추적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5척의 항공모함이 운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두 척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 루스벨트호와 레이건호이고, 또다른 두 척은 이란에 대항하기 위해 페르시아만에 배치된 상태이며, 남은 한 척은 미국 동부 연안에 위치해있다.

이 때문에 항공모함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남겨진 지역의 취약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한편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해 지정학적 영향력을 얻으려 한 적이 없다며 일관된 목소리로 이를 부인해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전쟁이라고 묘사하며 "격전을 벌일 때 전쟁이 끝난 후 얼마나 많은 전리품을 얻게 될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좋은 기술과 경험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기를 원하며, 이것을 지정학적 무기나 수단으로 사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