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왕적 리더십 마이웨이, 연방-주정부 권한충돌 대치전선

'조기 정상화' 전운 고조…"왕이냐" "독립 안될것" 트럼프-쿠오모 장외설전
트럼프 '바운티호의 반란' 꺼내며 강행 시사…"헌법학자들도 갸우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상화 조기 추진 논란이 주(州)별 경제활동 재개 권한을 둘러싼 대치 전선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정상화 드라이브를 걸면서 "전면적 권한이 내게 있다"고 선언한 가운데 미 동부 7개 주(州) 및 서부 3개 주 주지사들이 공동전선을 구축, 독자행동 방침을 밝히면서 국가경제 정상화 로드맵을 놓고 연방정부와 주정부간 정면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권한 논란에도 불구, 마이웨이식 제왕적 리더십을 밀어붙일 태세여서 초기 대응 부실과 좌충우돌식 대처로 혼선을 빚어온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이 재연되는 모습이다.

각 주(州)의 경제활동 재개 결정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과 동·서부 10개 주지사의 경제활동 정상화 관련 공조 결의로 13일 형성된 양측의 힘겨루기 구도는 14일 트럼프 대통령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간 장외 충돌을 통해 선명하게 노출됐다. 쿠오모 주지사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우리에겐 왕이 없다"며 뉴욕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식의 정상화는 거부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매시간 전화를 걸어 애걸해놓고 이제 와서 독립을 원하는 모양이라면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1789년 영국 군함 바운티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1962년 작)' 얘기를 불쑥 꺼낸 뒤 "모든 민주당 주지사들에게 '바운티호의 반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 가운데 하나라고 전해라"며 반란자들이 선장으로부터 필요로 하는 게 많을수록 반란은 더 흥미롭다는 글을 남겨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선상 반란을 다룬 이 영화에서 윌리엄 블라이 함장과 승무원 18명은 선상 반란이 일어나자 배 한 척에 실려 버려진 뒤 48일간 극심한 배고픔과 파도 위협 속에서 표류하다 구사일생으로 영국으로 돌아가 영웅 대접을 받는다. 자신을 블라이 함장, 민주당 주지사들을 선상 반란자들에 빗대어 현재의 갈등 구도를 묘사하며 결국 주지사들이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며 자신이 '최후 승자'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주 정부들의 제동에도 불구, 본인의 구상대로 경제 정상화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조기 정상화 무리수를 강행할 경우 이들 주지사를 주축으로 주 정부들이 집단적 실력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여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공조에 합의한 주지사들은 매사추세츠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의료·보건당국자·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시기상조론에 연방-주 정부간 권한 논쟁까지 더해지며 전선이 한층 복잡하게 얽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경제 정상화 플랜은 그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적 권한' 주장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CNN방송은 14일 팩트 체크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규제에 대한 전면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허가를 득하지 않고도 주지사와 시장, 학교 당국은 자택 대기령 및 셧다운에 대한 규제를 가했으며 이들 규제를 해제하는 주체 역시 같은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에게 주 정부의 보건 조치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는 법안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적 권한' 주장은 주지사들이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선호한다던 본인의 지난주 언급과도 상충한다고 CNN은 꼬집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헌법적 근거를 들어 주 정부들의 규제에 이의를 제기, 송사를 시도할 경우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 편을 들어줄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면서도 많은 법학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패소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헌법학자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그 주장을 가져왔는지 알 수 없다", "(미 헌법의 아버지들이 쓴) '연방주의자 논집'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대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부실을 다룬 언론들에 대한 분노 폭발과 자화자찬으로 점철된 전날 브리핑도 또다시 뒷말을 나았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치명적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한복판에서 트럼프의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본질인 코로나19 대응 문제 보다는 자신의 이미지와 자신에 대한 언론 보도, 정적들에 더 신경을 썼다고 꼬집었다. CNN도 '제어 풀린 대통령의 신경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지사들이 경제를 재개하기 위한 자체적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판론에 격노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